푸른 바다와 눈부신 태양 그리고 백사장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마이애미는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관광도시입니다. 마이애미는 스포츠 도시입니다. 프로 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팀이 있는 12개 미국 도시들 중의 하나죠. 요즘 마이애미 시민들의 관심은 온통 마이애미 히트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에 쏠려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월드컵 특수’를 맞아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잉글랜드, 일본, 가나, 에콰도르, 온두라스, 나이지리아 등 브라질월드컵 본선 출전 8개국이 마이애미 또는 인근 지역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습니다. 마이애미는 브라질월드컵의 최대 수혜지인 셈입니다.
‘홍명보호’가 전지훈련을 한 세인트토머스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스포츠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창욱(34) 씨는 “마이애미엔 남미계 시민들이 많아 축구 열기가 다른 도시들보다 뜨거운 편”이라며 “데이비드 베컴이 내년 마이애미에 프로 구단을 창단하는데, 그렇게 되면 축구가 인기 종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8일(한국시간) 5만5000석 규모의 마이애미 선 라이프 스티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온두라스의 경기 티켓은 3만여 장이나 팔렸습니다. 10일 한국과 가나전엔 한국 교민 4000여 명을 포함해 4539명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며칠 전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기자는 마이애미의 명소인 ‘리틀 하바나’를 찾았습니다. 렌터카를 몰고 헤매다 좁은 도로로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차들이 달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이쿠! 일방통행 도로였습니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순찰차에 딱 걸렸습니다.
순찰차에서 도로 가에 차를 세우라는 확성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중년의 여성 경찰관이 순찰차에서 내려 다가오더군요. 그러더니 대뜸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운전대 위에 올려놓은 차량 출입증을 본 것입니다. 대한축구협회가 한국축구 대표팀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나눠 준 출입증엔 태극기가 새겨져 있습니다. 경찰관에게 “취재차 마이애미엔 온 한국 기자”라고 하니 경찰관은 환하게 웃으며 “웰컴(환영합니다)”이라고 하더니 그냥 가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휴~!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묵고 있는 턴베리 아일 리조트 호텔 후문에 있는 게양대엔 성조기 대신 태극기가 걸렸습니다. 호텔 측은 대표팀의 간곡한 요청에 성조기를 내리고 태극기를 게양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11일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모두 마치고 브라질로 향했습니다. 때 아닌 월드컵 특수를 누린 마이애미는 한국 대표팀과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