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 대표팀의 간판 카가와 신지(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고개를 떨궜다.
일본은 15일(한국시간) 브라질 헤시피의 페르남부쿠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C조 조별리그 코트디부아르와의 2분(후반 19·21분) 간 몰아친 윌드레드 보니(27·스완지 시티)와 제르비뉴(28·AS 로마)의 연속 헤딩골로 1대2로 역전패했다.
일본의 허무한 패배엔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꿔 버린 디디에 드록바(37·갈라타사라이)의 ‘존재감’도 컸지만 내내 부진했던 카가와의 ‘무(無)존재감’도 한 몫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이날 나온 일본의 7개 슛팅 중 카가와의 발에서 나온 건 없었다. 또 페널티 지역까지 돌파 역시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일본 사커 매거진 존에 따르면 카가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게 내 실력인가”라며 “첫 경기를 끝내고 깨달아 너무 분하고 속상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스스로 위협을 느끼고 있었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내 실수로 자멸해 버렸다”고 좌절감을 전했다.
이날 카가와는 볼 트래핑이 길어 상대에 쉽게 볼을 넘겨주거나 드리블을 길게 끌어 팀 공격의 흐름을 끊는 등 부진한 플레이를 이어갔다. 선취골을 돕긴 했지만 그의 패스보다 혼다 게이스케(29·AC 밀란)의 슛이 워낙 위력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골이었다.
결국 카가와는 슛 한 번 해보지 못하고 1대2로 뒤진 후반 41분 요이치로 카키타니와 교체됐다.
팀 내 에이스를 다투는 혼다가 득점을 했고, 자신이 뛰고 있는 EPL 출신의 드록바가 경기 막판 분위기를 지배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구길 대로 구긴 것이다.
하지만 카가와는 “아직 2경기가 남아있다”며 “4년을 준비했다.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일본은 오는 20일 그리스와 조별리그 2차전에 나선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