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이 초롱초롱해 ‘초롱이’로 불리는 이영표(37)는 2002년 ‘4강 기적’의 주역이자 대표팀의 맏형이었습니다. 그의 현란한 드리블인 ‘헛다리짚기’는 모두 기억날 겁니다. 그런 이영표가 지난해부터 해설위원으로 변신했습니다.
맛깔스러운 입담이 필수인 축구 해설이 그에게 천직이었던 걸까요. 마이크를 잡자마자 족집게 예측을 연달아 적중시키며 안정환(MBC)과 차범근(SBS) 해설위원을 제치고 해설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습니다.
이영표는 15일 일본 대 코트디부아르의 경기를 앞두고 편파중계를 작심한 듯 “머리는 일본의 승리를 말하고 있지만, 가슴은 코트디부아르의 승리를 염원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던졌습니다. 그러다가 조우종 캐스터에게 “코트디부아르가 2대 1로 승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툭 던진 말에 가까웠지만 일본의 극적인 역전패와 맞물리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이영표는 경기 중 내내 편파적으로 해설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일본이 선제골을 앞세워 전반에 우세를 지키자 “드록바가 들어가면 전술이 변할 것”이라며 예측을 고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분석은 맞아떨어졌죠. 조우종 캐스터는 “문어에 빙의한 것 아니냐”며 놀라워했고, 이영표는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받아쳤습니다. “(일본이 지니까) 피로가 풀린다”는 말까지 남겼지요.
네티즌들은 이영표가 승패뿐 아니라 점수까지 정확하게 맞추자 난리가 났습니다. “영표 형님 토토 같이 합시다” “이영표의 촉 대박” 등의 댓글이 눈에 띕니다.
실제로 이영표는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경기 결과도 정확하게 예측했습니다. 경기에 앞서 “2대 1로 이탈리아가 잉글랜드를 누를 것”이라고 했는데, 그의 말대로 된 것이죠. 앞서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압도할 것이라는 예측도 적중했습니다. 지난달 23일 KBS 2TV ‘따봉 월드컵’에 출연해 “최고의 시절 후 암흑기가 오기에 스페인이 몰락할 것”이라고 이례적인 주장을 펼친 겁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스페인이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4일 스페인이 네덜란드에 1대 5로 대패했고 이영표는 ‘월드컵 예언가’가 돼버렸습니다.
세 번 연속 예측이 적중하자 네티즌들은 “이영표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아니냐”고 웅성대며 한국 대 러시아전 예측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큰 화제가 된 만큼 경기에 앞서 팬서비스 차원에서 예측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영표가 러시아전 점수까지 맞춘다면 선수시절보다 더한 유명세를 떨칠 것 같네요.
화제가 된 이영표의 예측은 아직 달아오르지 않아 ‘차분한’ 월드컵 분위기에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영표 형님, 혹시 남몰래 토토하고 있는 건 아니죠?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