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첫 무승부가 나왔다. 하지만 경기장과 인터넷엔 야유만이 가득했다.
이란과 나이지리아는 17일(한국시간) 브라질 아레나 다 바이샤다에서 열린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0대 0으로 비겼다.
유난히 많은 득점이 나온 이번 대회에서 나온 첫 무승부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연출된 것은 치열하게 치고받는 명승부가 아닌 서로 답답한 모습만 보여주는 졸전이었다. 중계를 보던 네티즌들은 “너무 재미없어서 보다 졸았다”는 불평을 쏟아냈다.
주범은 이란이었다. 이란은 시종일관 이기기보단 지지 않겠다는 자세로 수비축구를 했다. 공격진마저 내려오면서 ‘10백’(10명의 선수가 모두 수비) 전술로 일관했다. 이란의 첫 슈팅은 전반 34분 처음 나왔다. 하지만 이도 코너킥 공격이었다. 이란은 세트피스 한 방만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후반전에도 비슷한 양상이 계속됐다. 이란이 잠시 전방 압박을 펼치며 승부수를 던지는 듯 했지만 이내 10백으로 돌아왔다.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에게선 성내는 목소리만 들렸다.
중계를 보던 네티즌들도 마찬가지다. 한 네티즌은 “시간대에 딱 맞는 수면제 경기였다”며 “보다 잠들었는데 차라리 다행”이라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이런 경기를 밤새서 보다니 시간이 아깝다”며 “두 팀이 월드컵 본선에 올라온 게 기적”이라고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 해설진의 탄식도 이어졌다. 경기가 끝난 후 BBC 3명의 해설진(닐 레넌 셀틱 감독·리오 퍼디난드·필립 네빌)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묻는 MC의 질문에 무거운 침묵으로 대응했다. 인상적인 장면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축구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던 양 팀의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났고, 경기장엔 관중들의 허탈함만이 남았다.
김동필 기자 mymedia0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