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이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 없다? 환자수는 줄어도 사망률 높아질 것”

“1cm이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 없다? 환자수는 줄어도 사망률 높아질 것”

기사승인 2014-06-23 10:42:55

“과잉진단을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검진과 수술을 미룬다면 연간 발생하는 환자수는 적어지겠죠. 하지만 이는 초기 갑상선암 환자들을 방치하는 환경이 될 테고 결과적으로 암치료가 늦어져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높아질 겁니다.”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재훈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사진)는 최근 일어난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전했다. 특히 정 교수는 이번 사태가 마치 의료계 내부비리를 고발하는 것처럼 비쳐진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양심선언으로 비쳐진 그들의 주장은 국민 건강증진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근거 없는 주장과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논란이 키운 당사자들의 무책임한 행동이었음을 지적했다.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8인의 의사 연대는 지난 3월 언론 보도를 통해 국내 갑상선암 환자의 증가는 ‘과다 검진’에서 비롯됐다고 문제 삼았다. 이들은 조직검사하지 않아도 될 환자에게 조직검사를 시행해서 갑상선암 환자를 양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으로 시작된 이른바 갑상선암 과잉수술 논란은 실제 일부 병원에서 절반 가까운 환자가 예정된 수술을 취소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정재훈 교수는 “1cm 이하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그들의 주장은 터무니없고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풀어낸 발상”이라며 “수술을 취소한 환자들의 앞날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들의 주장대로 원격전이가 발생할 수 있는 0.6cm~0.8cm 크기의 갑상선암을 수술하지 않았을 때 사망률과 재발률은 현저히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0.6cm~1cm 크기의 종양은 국내외 임상연구에서 보이듯 35년 재발률이 14%로 높고 측면 림프절전이가 더 흔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경과 관찰을 하는 것보다는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는 치료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도 내분비의사가 밀집돼 있는 지역일수록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즉 조기 검진률이 높을수록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국내 상황도 전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동네병원만 가도 초음파검사를 받을 수 있다. 2002년 이후 모든 병원마다 건강검진프로그램에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넣어 갑상선암의 조기진단이 가능하게 됐다. 갑상선종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불필요한 암환자를 양산한 것이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환자를 조기에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수술을 너무 많이 한다는 이번 논란을 다시 해석하자면 상태가 심각한 갑상선암환자들만 수술해야한다는 이야기인데, 종양의 크기가 애매하다는 이유로 효용성 높이자고 종양을 발견하고도 수술을 고민할 기회마저 뺏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의술은 경제적 실익을 따질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최근 불거진 과잉진단 논란으로 인해 많은 정직한 의사들이 신뢰받지 못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학은 불완전한 것이기에 의료진들은 끊임없이 연구합니다. 의학의 최종 목표는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것,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것입니다. 학회에서는 이번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국내 갑상선암의 증가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을 모색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복지부 등 정책 입안자와 소통의 기회를 늘려나갈 것입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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