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충견 진돗개가 도로에 쓰러진 할아버지를 구한 동화 같은 사연이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이 사연은 SBS ‘블랙박스로 본 세상’이 23일 방송에서 도로에 쓰러진 어르신의 곁을 지킨 백구의 사연을 다루면서 알려졌습니다.
지난 14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제보자는 어두컴컴한 시골 길을 달리다가 도로 한가운데 앉아 있는 백구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이 개의 행동이 심상치 않습니다. 차량이 다가와도 도망가지 않고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도로를 지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도로에 어르신이 술에 취해 쓰러져 있었던 겁니다. 캄캄한 도로에 하반신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영상을 제보한 장경수(33)씨는 “처음에는 개만 보여서 뭔가 싶어서 내렸더니 사람이 누워 있었다”고 회상합니다. 백구는 장씨와 동승자가 쓰러진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다가가자 경계를 풀고 꼬리를 치네요. 장씨에게 다가가 자신의 몸을 비비기까지 합니다. 개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고맙다’라는 인사를 건네지 않았을까요. 장씨는 “짖지도 않고 주인의 상태를 살피는 걸 보면 보통 개가 아니고 굉장히 똑똑한 개”라고 칭찬했습니다.
장씨는 마침 어르신의 집을 알고 있어 차량에 태워 바래다줍니다. 백구도 장씨의 차량을 뒤따라 달립니다. 겁 없는 행동은 주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이 확실해지는 순간입니다. 백구의 이름은 ‘흰둥이’입니다. 1년 전 자신을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해 언제나 할아버지의 곁을 지킨다고 하네요.
충견의 상징 하면 술에 취해 풀밭에 잠든 주인을 살리기 위해 몸을 물에 적신 후 번지는 불에 수차례 뛰어들었다는 ‘오수의 개’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고려 시대 문인 최자(崔滋)가 1230년에 쓴 ‘보한집(補閑集)’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라는데 이게 과장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사진=SBS ‘블랙박스로 본 세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