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결국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25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C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콜롬비아에게 1대4로 대패했습니다. 일본은 ‘1무 2패,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안고 귀국하게 됐습니다. 대회 개막 전 평가전 연승을 거듭하며 그 어느 때보다 선수들과 국민들의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커 보입니다.
경기가 끝난 후 야후 재팬에 들어갔습니다. 일본 언론의 반응을 보기 위해 방문했지만 대문에 걸려 있는 사진 한 장에 눈길이 확 쏠렸습니다. 제목은 ‘월드컵이 끝난 후 주저앉아 있는 나가토모 유토(28)를 달래주는 콜롬비아 선수들’입니다.
나가토모는 일본의 내로라하는 수비수입니다. 이탈리아 리그 명문 인터밀란 소속이죠.
16강 진출은커녕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나가토모를 한 콜롬비아 선수가 위로해주고 있었습니다. 이 선수는 미드필더 프레디 구아린입니다. 나가토모의 인터밀란 동갑내기 동료입니다.
형식적으로 악수를 청하거나 등을 툭툭 쳐주는 차원이 아닙니다. 앉아있는 나카토모에게 다가와 뒷목을 감싸며 꼭 끌어안아 주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여 나카토모와 얼굴을 맞대고 있습니다. 나카토모도 고마운지 왼팔로는 어깨를 감싸고 오른팔로는 얼굴을 만져주며 화답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이 인상적인 이유는 승리의 기쁨에만 취하지 않은 승자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패자의 슬픔에 시선을 나눌 줄 아는 승자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조롱성 글을 SNS에 올리는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한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모습이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은 차였습니다. 이 사진을 보자 그 모습이 더욱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역사적 아픔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꼭 완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촉발된 감정을 굳이 스포츠에 개입시켜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국가가 어디든 스포츠가 싸움이 아니라 스포츠인 이유는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이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별리그 전승으로 16강에 오른 콜롬비아는 이번 월드컵의 가장 유쾌한 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골을 넣을 때마다 선수들이 모여 익살스런 춤을 추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만큼 팀 분위기가 좋다는 것이겠죠. 이번 월드컵의 우리나라 응원 슬로건이 ‘즐겨라, 대한민국’인데 이들이야말로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대표라면 이들처럼.’
즐길 줄 알고, 성적도 좋고, 승리 후 패자도 돌아볼 줄 아는 콜롬비아 축구 대표팀에게 잘 어울리는 말 아닐까요.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