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전문] 희생 장병 유가족 “임 병장에게 연민느껴”

[기자회견 전문] 희생 장병 유가족 “임 병장에게 연민느껴”

기사승인 2014-06-26 20:12:55

동부전선 22사단 GOP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 유가족들이 “임모(22) 병장에게 연민을 느낀다”고 밝혔다.

희생 장병 유가족들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로 발생한 이번 사건을 군 당국과 국방부가 왕따 등 개인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어 “군은 초동대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당시 피해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신속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사건 발생 후 2시간 반 동안이나 외부에 알리지 않아 국민들의 생명을 무방비로 방치한 점 등 총기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군이 임 병장이 자해하기 직전에 적은 메모 전문을 비공개하는 이유를 ‘희생 장병 유가족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메모에 대해 국방부와 논의조차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이날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면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으로 숨진 장병들의 사인이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임 병장은 26일 오후 1시25분쯤 강원 강릉시 국군강릉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술 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기자회견 전문

저희 아들들은 신성한 국방 의무를 다하기 위해 성실히 그 임무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그 소중한 자식들이 죽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합니다.

그런데 사건 처리와 관련해서 보여준 국방부와 군의 모습을 보며 슬픔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유가족들은 유가족 대책 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표현할 여유도 없이 대책위를 꾸려야 하는 유가족들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자식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것이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이 애통합니다. 하지만 비명에 죽어간 자식들을 위해 이래서라고 합니다. 이에 유가족들은 긴급히 기자회견을 열어 그 심정을 밝히고 국방부에 대책을 촉구합니다.

첫째. 사인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사건 발생 당시 군 당국은 관통한 총상에 의한 사망이라고 밝혔습니다. 과다출혈에 의한 사망이 의심되는 소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건 발생 당시 군 당국의 초동 대처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명확히 밝혀 주십시오. 왜 사건 발생 즉시가 아닌 그 다음날 오후 3시까지 주검이 방치되었는지 명확히 밝혀 주십시오.

둘째. 총기 사건이 날 수밖에 없었던 그 목적인 원인을 밝혀야 합니다. 국방부와 군 당국은 임 병장의 개인적인 갈등 문제가 원인인 것으로 문제를 호도하고 있습니다. 인권침해와 차별을 경동하는 보호관심병사의 제도 등 안일한 병역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을 구조하기 위에서 신속히 응급처치는 취하지 않은 점, 사건발생 후 두 시간 반 동안이나 알리지 않아서 국민들의 생명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한 점. 수색 당시 관심병사 처리 과정 전반을 통해 군 당국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과 부도덕성이 여실히 드나고 있습니다. 이는 군 당국의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군 당국의 부재적이고 고질적인 병폐로 발생한 이번 사건을 개인 수준의 갈등으로 덮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왕따 등 개인간의 갈등 문제로 접근하려는 태도는 관리 책임자인 자신들의 의무를 저버린 일입니다.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입니다.

유가족들은 군 당국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병역관리를 보면서 임 병장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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