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하는 오토바이에 매달려 20초 동안 끌려가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은 한국 경찰관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차량에 25분을 매달려 마약범을 검거한 ‘다이하드 경찰관’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서울 혜화경찰서 주현기(44) 경사의 용기 있는 행동은 SBS ‘블랙박스로 본 세상’이 23일 영상을 공개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이를 또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이 26일 ‘오토바이에 매달려 200m 끌려간 한국의 경찰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세계적 화제로 떠올랐네요. 데일리메일은 “투철한 직업 정신을 보여준 사례”라며 “영상을 본 많은 이들이 공로를 칭찬하고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주 경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사거리에서 도주하려 한 퀵서비스 오토바이 운전자 기모(58)씨를 가까스로 붙잡았습니다. 당시 오토바이 뒤에서 찍은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아찔합니다.
기씨는 차선을 넘나들며 속도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주 경사는 150m가량을 발이 땅에 끌리는 상황에서도 오토바이를 끝까지 놓지 않았죠. 시간을 재보니 무려 20초 동안 위험한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속도가 빨라 넘어졌다면 크게 부상을 당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 제보자는 “영화의 추격신을 보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합니다.
결국 주 경사는 기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합니다. 왜 끝까지 놓지 않은 걸까요. 주 경사는 “운전자에게 정지 명령을 내렸는데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면서 “도주하는 운전자는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끝까지 단속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수상스키를 타본 적이 있는데 아스팔트에서 탈 줄은 몰랐다”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기씨의 무모한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기씨는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며 퀵 서비스 기사 일을 해왔으며, 무면허 운전으로 14차례나 입건됐습니다. 생계형 범죄로 짐작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관을 매단 채 도주한 행위를 용서해선 안 되겠죠. 기씨는 검거되자마자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몸을 아끼지 않고 차량에 뛰어든 경찰관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8월 부산 연제경찰서 김현철(34) 경장은 마약 수배범의 차량 보닛으로 뛰어 올라 20여분(15㎞)을 매달렸습니다. 당시 영상은 ‘다이하드 경찰관’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미국 매체 CNN에 보도되기도 했었네요.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세계에서 극찬하는 주 경사와 김 경장. 참 자랑스럽습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사진=SBS 블랙박스로 본 세상 캡처
<☞'오토바이 도주범 검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