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고…찍고…물고…날라 찍고’ …브라질 ‘엽기 월드컵’

‘박고…찍고…물고…날라 찍고’ …브라질 ‘엽기 월드컵’

기사승인 2014-07-05 16:21:55

이상한 월드컵이다. ‘악성 반칙’이 유난히 많다. 박치기에 팔꿈치, 이빨까지 동원되더니 결국 ‘플라잉 니킥’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2014 브라질 ‘살벌’ 월드컵이란 별칭을 붙여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페페의 ‘소심한 박치기’

포르투갈의 페페(31·레알 마드리드)는 세계적인 수비수이지만 악동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에서 그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페페는 지난달 17일(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테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조별리그 G조 첫 경기에서 전반 36분 볼 다툼을 하던 독일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의 얼굴을 팔로 가격했다. 이것도 심했지만 페페는 곧바로 더 황당한 반칙을 범했다. 그라운드에 앉아 있는 뮐러에게 다가가 박치기를 한 것이다.

머리로 툭 건드리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뮐러가 충격을 입은 건 아니었다. 0대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화풀이를 한 ‘소심한’ 박치기였다. 하지만 위협으로 간주될 만했기 때문에 심판은 망설임 없이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페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팬들은 더 어이없었다.

알렉스 송의 “인디안밥”

이틀 뒤 카메룬의 알렉스 송(27·FC 바르셀로나)이 바통을 이었다.

지난달 19일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A조 2차전 전반 39분 팀이 0대1로 끌려가는 상황. 송은 크로아티아의 역습 상황에서 달려가던 마리오 만주키치(28·바이에른 뮌헨)의 등을 팔꿈치로 찍어버렸다. 폭행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 본 심판은 레드카드를 들었고 송은 한마디 항의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네티즌들을 등을 때렸다는 점에서 “축구를 하다 왜 ‘인디안밥’ 게임을 하느냐”고 비꼬았다.

이후 카메룬은 경기 중 동료들끼리 싸우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하는 등 졸전을 벌인 끝에 0대4로 완패했다. 이런 팀이 잘 될 리가 없다. 조별리그 ‘전패 탈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수아레스의 ‘핵이빨’

‘수아레스 핵이빨’은 수일 간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축구 팬들을 경악에 빠뜨렸다.

지난달 25일 브라질 나타우 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의 조별리그 D조 3차전 전반 33분에 우루과이의 세계적인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는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30·유벤투스)의 왼쪽 어깨를 깨물었다.

정상적인 자리다툼을 벌이던 상황에 다짜고짜 저지른 일이었다. 심판이 보지 못해 수아레스는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고, 우루과이는 1대0으로 승리를 거두며 16강전에 올랐다. 하지만 중계화면을 통해 그의 만행은 온천 하에 드러났고, 사람들은 “치(齒)아레스”라고 비아냥댔다. 2010년 아약스 시절, 지난해 리버풀에서도 상대 선수를 문 적이 있어 “덴트트릭”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수아레스에게 A매치 9경기 출장 정지, 4개월 간 자격 정지, 10만 스위스 프랑(약 1억1400만원)의 벌금의 중징계를 내렸다. 우루과이 대통령까지 나서 반발했지만 수아레스를 동정하는 목소리는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수니가의 ‘플라잉 니킥’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모나코) 돌풍, 신나는 댄스 세리머니 등으로 이번 월드컵의 가장 ‘잘 나가는’ 팀이었던 콜롬비아는 막판에 이미지에 흠집을 냈다.

5일 브라질 포르탈레자에 위치한 카스텔라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브라질과 콜롬비아와의 8강 전 후반 42분 네이마르(22·FC바르셀로나)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콜롬비아의 수비수 카밀로 수니가(29·나폴리)의 과격한 반칙으로 척추 골절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수니가는 네이마르가 공을 받아 가슴 트래핑을 하는 순간 점프 상태에서 무릎으로 네이마르의 등을 가격했다. UFC(이종 종합격투기)의 ‘플라잉 니킥’을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네이마르는 남은 경기에 더 이상 나설 수 없게 됐다.

수니가는 “정상적인 볼 다툼 상황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그의 말을 믿는 축구 팬은 별로 없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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