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후배들이 청와대 앞으로 몰려갔다. “등하굣길이 무서워요”라며 피켓 시위를 했다. 도박경마장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학생 40여명은 14일 오후 청와대 앞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으로 교복을 입고 나와 한국마사회의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마사회는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 그룹인 7인회 멤버 중 한 명인 현명관씨가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성심여중·고 학생들은 이날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된 마권장외발매소는 학교와 235m 떨어져 있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라며 “교실에서 경마장이 보인다”라고 호소했다. 통학로도 경마장 줄서있는 곳과 멀지 않다고 호소했다. 인근이 주택가라는 점도 강조했다.
가톨릭 미션 스쿨인 이곳 학생들은 교복차림으로 나와 “지난 1년간 반대 집회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이를 알리려 노력했다”라며 “하지만 이런 주민 반대에도 마사회는 시범운영이란 명목 아래 지난 28일 경마장을 강제 개장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학생들은 아티스트 낸시 랭과 함께 한쪽 다리를 90도 각도로 아찔하게 치켜세우는 ‘앙~’ 퍼포먼스를 선보여 SNS에서 회자된 바 있다.
학생들은 이어 “학교 선배인 박근혜 대통령이 화상경마도박장 입점을 철회하고 건물 용도가 도서관과 문화센터로 바뀔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경마장이 들어선 인근 500m 지역 안에는 6개의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가 밀집해 있다.
학생회 중심의 소녀들은 학교에서 받아온 1300여장의 청원 엽서도 학교 선배인 박 대통령의 청와대 민원실에 전달했다. 이와 별도로 시민단체들은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지정과 관련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한국마사회와 농림축신식품부,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대상이다. 이들은 “마사회가 화상경마장 반대 시위를 하는 주민들을 무차별 고발하고 있다”라며 감사 청구 이유를 밝혔다.
사진=트위터리안 @nancylangart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