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군단’ 브라질과 ‘전차군단’ 독일의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전. 양 팀은 전력이 대등했고, 이기고자 하는 의지도 비등했다. 그러나 결과는 독일의 7대 1 대승이었다. 이처럼 크게 승부를 가른 것은 기술도 아니고 체력도 아니었다. 바로 멘탈이었다. 독일은 선수들의 멘탈 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브라질월드컵을 제패할 수 있었다. 브라질월드컵은 기술과 체력, 조직력에 멘탈이 더해져야 비로소 강한 축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축구팬들은 브라질-독일전에서 멘탈이 얼마나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 브라질은 전반 11분 첫 골을 먹자 당황하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빠지긴 했지만 브라질은 전력이 좋은 팀이었다. 침착함을 유지했다면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골을 먹은 이후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다. 반면 독일은 전반 29분 벌써 5-0으로 앞서 있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독일 선수들이 강심장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강심장을 가지도록 꾸준히 상담을 받았을 뿐이다. 독일은 2002 한일월드컵부터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연속해서 4강에 그쳤다. 준결승전과 결승전 등 중요한 경기에서 먼저 실점하면 급작스럽게 무너진 탓이었다. 이에 독일은 심리상담사를 상주시키고 선수들의 멘탈을 강화시키기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브라질월드컵에서 그 결실을 봤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인 벨기에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심리 전문가를 포함한 30여 명의 지원스태프를 꾸렸다. 선수들의 멘탈까지 챙긴 벨기에는 2002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밟은 본선 무대에서 8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멘탈과 함께 동기부여도 중요한 요소다. 스포츠 심리학에선 동기부여가 잘 된 선수들이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네덜란드, 알제리,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주목받지 못했던 팀들이 좋은 경기력과 좋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이유는 동기부여가 잘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주전 선수들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3위에 오르며 병역을 면제받고 해외 리그에 진출해 부와 명예를 얻었기 때문에 멘탈과 동기부여가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명보 감독의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홍 감독은 선수들의 몸만 챙겼지 마음까진 챙기지 못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대표팀엔 멘탈이 무너진 선수들을 치유해 줄 전문가가 없었다. 튀니지,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패해 위축된 선수들이 전문가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되찾았다면 이번 월드컵의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스포츠 심리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아무리 심리적으로 강해도 비난을 받으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경기력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바닥을 친 한국축구는 다시 비상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 첫 걸음이 무너진 멘탈부터 다시 세우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