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다큐 ‘거위의 꿈’…유족 “동의 없었다…아이들 빌미로 모금하지마” 반발

세월호 다큐 ‘거위의 꿈’…유족 “동의 없었다…아이들 빌미로 모금하지마” 반발

기사승인 2014-07-18 16:40:55

세월호 침몰사고 다큐멘터리 영화 ‘거위의 꿈’ 프로젝트가 유족들의 사전 동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희생자 단원고 고(故) 이보미 학생의 아버지가 18일 “가족대책위에서 TV보도와 다큐제작 등 미디어를 담당하는 입장이지만 영화 추진위는 사전에 단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고 밝혔다고 연합이 전했다.

이씨는 “내 딸의 노래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아버지의 동의도 없이 제작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그는 “영화 제작을 위해 벌써 2억원이 넘는 성금이 모금됐다는데, 나를 포함한 유족들은 국민에게 짐을 지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다른 방송사나 민간 제작사처럼 스스로의 자금으로 제작한다면 모를까 아이들을 빌미로 모금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영화 제작은 말리지 못하겠지만 내 딸의 노래나 희생된 아이들을 모티브로 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거위의 꿈’ 프로젝트 추진위는 사고 1주년을 맞는 내년 4월 16일 이전까지 영화를 제작해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추진위는 영화 제목을 가수의 꿈을 키우다가 희생된 이보미양이 학교 행사에서 부른 노래 ‘거위의 꿈’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이 동영상을 5월에 공개한 바 있다. 이 양은 참사 두 달 전 학교 졸업식에서 학생대표로 이 노래를 불렀으며, 생전 장래희망도 가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작을 맡은 임종태 감독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가진 영화제작 및 모금운동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이보미 학생이 부른 노래 가사들이 세월호 참사와 맞아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세월호 참사라는 단어보다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제목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세균 위원장은 “기자회견 전에 미리 만나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특별법 제정 등으로 바쁠 것 같아 시간을 못냈다”며 “꼭 (유족)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유족들을 만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는 기회를 갖겠다”고 해명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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