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IN) 스타’ 조광현(79) 할아버지가 조만간 답글 활동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조 할아버지는 지난 20일 한 네티즌이 “조광현 할아버지는 아직 활동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는 글을 네이버 지식인에 올리자 “아직은 하고 있지만 조만간 은퇴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2002년경부터 지식인 답글 다는 일을 시작했고, 특히 만 4년 간 마누라 간병하면서도 지식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 답변을 해 왔다”며 “이제 마누라도 요양원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는 것이 내가 직접 밥하고 간병하고 살림하고 빨래하면서 살 때 보다 더 불편하기도 하다. 눈도 점점 침침해 지고 내 답글에 마구 욕을 해 대는 사람들도 있어 이제 별다른 보람도 없어 집어 치우려는 생각 뿐”이라고 밝혔다.
조 할아버지는 “수입도 한 푼 없는 처지에 아이디 팔면 월 340(만원) 준다는 사람도 있지만, 부정한 돈은 원래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만 살 수 없어 혹시 옳지 못한 길도 마다하지 않을까봐 겁이 난다”고 덧붙였다.
조 할아버지는 활동을 접는 가장 큰 이유로 ‘비뚤어진 인터넷 문화’에 대한 실망임을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로지 지식을 갈구하는 사람들만을 위해 밤잠도 못 자가며 알려 준 지식을 고맙다고 생각하기는커녕 비위에 안 맞으면 어른이나 아이나 함부로 욕부터 해대는 그런 풍토에 더 이상 살아남을 필요나 가치를 느끼지 못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할아버지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인터넷 문화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며 “믿고 따르는 팬들 때문에 은퇴에 대한 고민이 심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조 할아버지는 “좋은 일을 하는데 목적을 알아주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해 답변을 달아주면 아이, 어른 상관없이 정답을 얘기해도 욕부터 한다”며
“예를 들어 ‘외도 했는데 임신이냐 아니냐’라는 질문에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임신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을 해주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죄로 욕을 먹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지식에 대한 고마움을 모른다. 과외비는 막대한 돈을 쓰면서 거저 남의 지식을 배우는데 예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 할아버지는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 이용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다.
서울대 치과대학 졸업 후 33년 간 개인병원을 운영하다 1995년 은퇴한 그는 2010년 한 네티즌이 올린 농도 짙은 질문에 직설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대답을 올리면서 일약 스타가 됐다.
그는 “여자가 핫바를 씹어먹지 않고 ○○하는 건 저랑 관계를 맺고 싶다는 뜻인가요”라는 질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꽃뱀이 아닌가 잘 살펴봐야 합니다”라는 답변을 남겼다.
이후 지식인에서는 조 할아버지의 조언을 원한다는 질문이 줄을 이었다. 그는 사랑, 진로 등의 다양한 고민에 경험과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의견을 진솔하게 제시하면서 젊은 네티즌들의 ‘온라인 멘토’가 됐다. 조 할아버지가 지식인에 남긴 답변 수는 현재까지 2만건이 넘는다.
김현섭 민수미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