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지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수사과정에서 잘못된 일이 있다면 오로지 지휘관인 제 책임”이라며 “세월호 수사팀 검사·수사관들과 그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썼다.
이어 “저의 업과 부덕이 검찰에 부담을 더한 것 같아 미안하고 가슴 아픈데 힘든 시기에 저 혼자 피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 짝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수검사로 거악과 싸운다는 자부심 하나로 검찰의 전장을 돌고 돌다보니 어느덧 젊은 검사의 꿈과 열정은 스러지고 상처뿐인 몸에 칼날마저 무뎌졌다”며 “지금이 바로 떠날 때임을 느낀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27년 간 검사 생활을 한 최 지검장(사법연수원 17기)은 “저는 복 받은 검사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청운의 꿈을 품고 서소문 검찰청사에 첫 출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많은 세월이 흘렀다”며 “되돌아 보면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고 국가와 검찰에 기여한 바도 없이 청춘만 헛되이 보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최 지검장은 “때로는 힘든 일도 겪었고 억울하게 욕도 많이 먹었지만 심중의 ‘정정당당’ 네 글자로 스스로를 돌이켜봐도 큰 부끄러움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최 지검장은 “검찰은 저력이 있는 조직”이라며 “심기일전해 도망간 범죄자들을 조속히 검거하고 책임재산을 최대한 확보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당부했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나흘 만에 인천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추적 과정에서 잇따른 실책으로 검거 기회를 수 차례 놓쳐 호된 비판을 받았다.
특히 검찰은 5월 25일 순천 송치재 별장 급습 때 벽 안에 숨은 유 전 회장을 모르고 지나쳐 수색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 전 회장은 18일 뒤인 지난달 12일 순천 서면 학구리의 한 매실밭에서 반백골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