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위안부 피해 할머니 “아베, 숨기려는 당신은 ‘범죄자’”

호주 위안부 피해 할머니 “아베, 숨기려는 당신은 ‘범죄자’”

기사승인 2014-07-27 10:37:55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백인 위안부 피해자 오헤른(91·호주) 할머니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범죄자”라고 말했다.

네덜란드계 호주인인 오헤른 할머니는 26일(현지시간) 애들레이드 자택을 방문한 김봉현 주호주 한국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전 세계가 다 아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는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한다”면서 “미래에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본의 역사교과서에도 위안부 관련 사실이 수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니 애벗 호주 총리에 대해 “호주를 방문한 아베 총리와 악수하는 걸 봤다”며 “아베 총리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오헤른 할머니는 한쪽 눈이 실명 상태이며 청력도 약하다. 또 왼쪽 다리가 불편해 걸음걸이도 원활하지 못하다. 그는 오는 8월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및 위안부 할머니 면담 일정에 맞춰 한국을 방문해 달라는 김 대사의 방한 초청에 대해서는 고령에 따른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완곡한 사양의 뜻을 밝혔다.

오헤른 할머니는 교황에게 꼭 전해 달라면서 김 대사에게 친필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기엔 ‘일본군이 나에게 했던 행위는 용서했지만 결코 잊을 수는 없을 것’이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는 “오헤른 할머니가 고령에 따른 건강상의 이유로 한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들이지 못해 아쉽지만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교황과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꿈이 수녀였던 오헤른 할머니는 네덜란드령(領) 동인도(현 인도네시아)에 살다가 21세였던 1944년 인도네시아를 침공한 일본군에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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