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주 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한국인 배모(58)씨는 전날 오전 9시(현지시간) 마닐라 시내 올티가스 지역에서 부인 성모(55)씨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다 납치범 3명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택시로 배씨의 승용차를 들이받아 멈추게 한 즉시 달려들어 납치를 시도했다.
차 안에서 저항한 배씨는 범인들이 휘두른 권총에 얼굴을 맞고 차량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아스팔트 도로에 넘어지면서 머리에 큰 부상을 입은 배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범인들은 총을 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성씨를 납치한 범인들은 몸값으로 50만 페소(한화 약 1180만원)를 요구했다가 배씨가 숨진 사실을 알아채고 성 씨를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경찰은 납치범 3명 외에 범행에 동원된 택시 운전사와 성씨의 자가용 운전자 등 최대 5명이 납치를 모의했을 것으로 보고 당시 목격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특히 성씨가 열흘 전에 자가용 운전사를 채용한 사실에 주목하고 범인들과의 공모 가능성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범인들의 목적은 부인 성씨였고, 배씨에게 몸값을 요구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씨가 사망하면서 올들어 필리핀 현지에서 각종 범죄사건으로 희생된 한국인 수는 모두 9명으로 늘어났다. 당국은 2009년 이후 5년간 필리핀에서 40여 명의 한국인이 각종 범죄사건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정부는 필리핀 경찰청에 설치된 한국인 관련 범죄 전담팀 ‘코리안 데스크’의 인력 증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