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심은경이었습니다. 한국판으로 제작되는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얘기입니다.
제작사 그룹에이트는 29일 “심은경이 노다메 역할로 확정됐다”고 전했습니다. 심은경은 드라마 제작 초기부터 캐스팅 1순위로 오르내린 배우입니다. 한국판 노다메를 두고 벌어진 캐스팅 대란이 이제야 잠잠해지는 모습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다룬 노다메 칸타빌레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드라마입니다.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인기작이죠. 심은경이 맡은 ‘노다 메구미’는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엽기적이고 4차원적인 행동을 보이는 괴짜입니다.
이달 초 소녀시대 윤아가 노다메로 낙점됐다는 소문이 들리자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청순한 이미지의 윤아가 노다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면 반발이 끊이지 않았죠.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이 노다메를 소화한 우에노 주리와의 비교도 잇따랐습니다. 캐스팅을 놓고 네티즌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이렇게 관심이 쏠리는 건 이례적이었습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인기가 이렇게 대단했구나, 감탄할 정도였죠.
결국 윤아는 드라마 출연을 고사했습니다. 인터넷에선 수많은 여배우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갑론을박이 펼쳐졌습니다. 한국판 노다메를 두고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제작진도 차기 배우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주사위는 다시 한번 심은경에게 던져졌습니다. 영화 스케줄과 겹쳐 출연이 어려웠던 심은경은 촬영 일정이 미뤄지면서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전해졌습니다.
캐스팅 진통은 끝났지만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의 여정은 여전히 험난해 보입니다. 팬들은 우에노 주리가 연기한 노다메를 고정된 이미지로 갖고 있습니다. 심은경은 그에 가장 걸맞은 여배우였죠. 그래서 캐스팅 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에노 주리와 똑같이 연기하라는 거냐. 이럴 거면 리메이크하는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노다메라는 역할에 드리워진 잣대는 드라마에도 똑같이 적용될 겁니다. 원작과 비교되는 건 리메이크 드라마가 가진 숙명이니까요. 원작의 인기가 재확인된 상황에선 ‘잘해야 본전’인 거지요.
일본판 노다메 칸타빌레에는 CG와 효과음 등을 이용한 만화적인 요소가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주인공들이 눈을 까뒤집고 공중으로 날아가는 식입니다. 과장된 연출은 노다메 칸타빌레의 특징이지만 한국 정서와 분명 거리가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한국 시청자들의 취향으로 재탄생 시킬지가 관건입니다.
최근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도 사실은 리메이크 드라마입니다. 2008년 대만에서 제작된 ‘명중주정아애니’가 원작이죠. ‘운널사’는 한국 정서에 맞게 캐릭터와 세부 설정을 과감히 다듬었습니다. 39부작의 원작을 20부작으로 줄이고 원작에 없는 장면도 새롭게 만들어냈습니다. 덕분에 해외에서도 원작을 뛰어넘은 리메이크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한국판 제목은 ‘칸타빌레 로망스’입니다. 노다메는 ‘노다 메구미’의 애칭이니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게 당연하겠죠. 제목뿐 아니라 진짜 ‘리메이크’ 된 칸타빌레 로망스가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