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때리는 것보다 무서운 ‘애니멀 호딩’…동물학대 아니다?

[친절한 쿡기자] 때리는 것보다 무서운 ‘애니멀 호딩’…동물학대 아니다?

기사승인 2014-08-04 17:14:55
사진=동물사랑실천협회 제공

최근 강원도에서 수년 간 혼자 개 100마리를 키우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가 보도됐습니다. 개들은 피부병, 눈병 등에 걸려 있었죠. 식당에서 일하는 이 여성은 사료 값으로만 월 100만원을 넘게 쓰고 있었답니다.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으면서도 개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애니멀 호딩’입니다.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동물 비축)’은 자신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많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행위를 말합니다. 호더들은 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이라지만 결국 의도하지 않는 간접 학대로 이어집니다.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하면서 많게는 수백 마리를 데리고만 있으니 동물들은 질병에 걸려 죽어갑니다. 굶주리다가 서로 잡아먹기도 합니다. 동물들이 울거나 싸울 때 나는 소음, 배설물에 의한 악취에 이웃들의 피해도 심각합니다.

사례는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국내 동물보호단체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지난 6월 경기도 광주에서 70대 노인이 63.85㎡(19.3평)의 집에서 키우던 개 100여 마리를 시유지에 마련된 비닐하우스로 옮겼습니다. 대부분 피부병에 걸려 있었습니다. 위생상태가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동물과 인간을 같이 망가뜨리는 애니멀 호딩은 우리나라에선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동물보호법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고의로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만을 동물학대로 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논란 자체가 새삼스럽습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2005년 미국 유타주에서 고양이 58마리를 병들게 하고 1마리를 죽게 한 호더가 동물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일부 주에선 애니멀 호딩이 적발되면 동물 소유를 평생 금지합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애니멀 호딩을 강박장애로 봅니다.

국내 포털에서 ‘애니멀 호딩’, 미국에서 ‘animal hoarding’으로 기사를 검색하면 동물구조의 주체가 국내는 ‘동물보호단체’나 ‘사회복지사’, 미국은 ‘police’입니다. 큰 차이입니다. 실제로 동사실 박소연 대표는 4일 “우리가 갔을 땐 이웃들이 경찰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한 후”라며 “경찰도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대답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동물은 생명체입니다. 인간과 똑같이 고통을 느낍니다. 대상을 동물에서 인간으로 바꿔 대입시키면 애니멀 호딩이 얼마나 잔인한 행위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간의 삶에도 악재입니다. 동물보호단체가 최근 동물보호법에 ‘과다한 사육’ 금지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며 벌이고 있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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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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