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선수들의 머리 부상과 관련해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경기 중 머리를 부딪쳐 의식을 잃거나 잠시 의식을 잃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수는 경기장에 다시 투입되지 못한다. 또 팀 닥터만이 머리를 다친 선수가 경기를 뛸지 최종 결정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감독이 허락하면 머리를 다친 선수도 경기장에 다시 들어갈 수 있었다.
홈팀은 경기마다 TV 리플레이 장면 등을 통해 충돌 상황을 분석, 선수가 뇌진탕 우려가 있는지를 검토할 의사도 따로 배치해야 한다. 이언 비즐리 FA 의무위원장은 “감독, 선수, 구단은 머리 부상에 대한 위험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관해 의료진의 진단이 핵심적이며 특히 머리 부상은 정밀 검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머리 부상 규정 강화는 최근 경기 도중 위험한 충돌 장면이 수차례 발생한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주목된다. 지난 시즌 토트넘과 에버턴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는 토트넘 골키퍼 위고 로리스(토트넘)가 상대 선수 무릎에 머리를 부딪혔지만 계속 경기를 치렀다.
브라질월드컵에선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 때 독일 미드필더 크리스토프 크라머(묀헨글라트바흐) 전반 16분 상대 수비수 에세키엘 가라이의 어깨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그는 그라운드 밖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경기에 투입됐지만 결국 전반 31분 안드레 쉬얼레와 교체됐다.
경기 후 크라머는 인터뷰를 통해 “결승전에 대해 많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전반전 이후 기억이 없다”고 뇌진탕 증세를 호소했다.
이에 국제축구선수협회는 크라머를 방치한 국제축구연맹(FIFA)을 고소했다. 선수협회의 앤드류 오르사티 대변인은 “몸싸움이 잦은 미프로풋볼리그(NFL)의 경우 부상과 관련된 의학적인 경험이 풍부하다”며 “부상 방지를 위해서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점을 FIFA는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