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미사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이른 아침부터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며 열기를 내뿜었다. 오전 10시 10분 경기장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에 교황과 경호 차량이 경기장 앞에 도착한 모습이 나오자 신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교황을 태운 차가 경기장에 들어서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 5만 여명은 모두 “와”라는 감탄사와 함께 “비바 파파!”(Viva Papa, 교황 만세)를 연호했다.
신자들은 교황의 얼굴과 ‘당신과 함께 예수님을 따릅니다!’라고 새겨진 흰 손수건을 흔드는 장관을 연출했고, 멀리서나마 교황의 모습을 찍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냈다.
교황은 무개차를 타고 경기장을 한 바퀴 천천히 돌면서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기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내기도 했다. 한 신자가 안고 있던 아기를 교황에게 내어 보이자 차를 세우고는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고 입을 맞춰 줬다.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강론을 했고 한정현 신부가 순차통역했다.
교황은 평화의 인사 때 미사 집전을 돕는 복사(服事)들을 일일이 안아주면서 인사를 나눴고, 영성체 의식 순서에서는 복사들의 입에 성체를 손수 넣어줬다.
교황은 미사 삼종기도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 이 국가적인 대재앙의 결과로 지금도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위탁합시다”면서 “모든 한국인을 고통받게 한 비극적인 이 사건이 공동선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모든 이들의 책임과 연대성을 확인시켜 주었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가 모두 끝나고 퇴장하면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자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 준 뒤 행사장을 떠났다.
교황은 미사를 집전하기 전 세월호 유가족들과 생존학생을 10여 분간 만나 위로했다.
김병권 세월호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가족, 생존학생 10여명을 미사가 열리기 전 제의실(祭衣室)에서 만났다”며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정부가 나설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씀드렸고, 광화문 미사 때 단식 중인 희생 학생 아버지를 안아달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 없이 고객를 끄덕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황은 세월호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세월호 대책위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은 “미사 때 교황님이 리본을 달고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