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7000원 못 내서?…50대男, 응급실서 치료 못 받고 5시간 머물다 숨져

1만7000원 못 내서?…50대男, 응급실서 치료 못 받고 5시간 머물다 숨져

기사승인 2014-08-19 09:24:55
50대 남성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대기하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 경찰에 수사에 나섰다.

19일 서울 중랑경찰서와 병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4시쯤 오한을 호소한 유모(58)씨는 지인의 119 신고로 서울 중랑구 소재 N 병원에 도착했다.

구급차에서 스스로 내려 응급실에 들어간 그는 약 20분에 걸쳐 응급실과 대기실을 오가며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런데 유씨가 대기실에 있을 때 직원이 “밀린 병원비 1만7000원이 있으니 가족을 불러달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유씨가 지난 6월에 “영양제를 맞고 싶다”며 응급실을 찾았을 때 폭력을 행사하며 병원비 1만7000원을 내지 않고 술에 취해 스스로 링거를 뽑고 간 것으로 파악하고 유씨에 대한 진료에 즉각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은 유씨는 약 5시간 동안 진료를 받지 못한 채 대기실에 머물렀고, 오전 9시 20분에 구토를 한 채 응급실 의자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병원 직원이 발견했다. 병원은 뒤늦게 응급 처치에 나섰지만 의식불명에 빠진 유씨는 3일 만에 숨졌다.

경찰은 최근 이 병원을 압수수색해 CC(폐쇄회로)TV와 진료 기록 등을 분석하고 있다. 또 부검 결과 ‘급성 복막염’으로 나온 사인과 진료를 받지 못하고 대기한 상황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밝혀낼 계획이다.

경찰은 “의료 사건은 수사가 최소 3개월이 넘게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당시 근무 의사와 원무과 직원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유씨가 진료를 받지 못한 것은 맞다”며 “병원 도착 당시 스스로 돌아다닐 정도로 응급 상황이 아니었고 과거 폭력적인 행동을 한 전력도 있어 가족을 불러달라고 했다. 이 같은 결과가 초래돼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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