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자들의 성공작’ 3년 만에 멈추다…고양 원더스, 해체 결정

‘실패자들의 성공작’ 3년 만에 멈추다…고양 원더스, 해체 결정

기사승인 2014-09-11 10:04:55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모습. 서영희 기자

‘국내 최초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3시즌 만에 팀 해체를 결정했다.


원더스 구단 관계자는 11일 “독립구단 운영에 한계를 느껴 결국 팀을 해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더스는 이 같은 사실을 이날 오전 고양시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열린 미팅에서 선수들에게도 통보했다.

원더스는 2011년 12월 학교 졸업 후 프로구단에 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방출된 선수들을 모아 첫 발을 내딛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에 대한 시선은 기대나 호기심보다는 ‘동정’이었다.

하지만 원더스는 ‘야신’ 김성근(72) 감독의 지휘 아래 이런 시선을 ‘놀라움’으로 바꿔버렸다.

원더스는 2012년 퓨처스(2군) 리그 팀과 교류경기로 치른 48경기에서 20승 7무 21패(승률 0.488)로 기록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고, 2013년에 27승 6무 15패로 승률을 0.643으로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교류전을 90경기로 확대한 올해엔 43승 12무 25패(10경기는 우천취소), 승률 0.632를 기록했다.

2012년 7월 투수 이희성이 LG 트윈스에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월 KT 위즈와 계약한 외야수 김진곤까지 22명이 프로에 입단하는 기적을 일궜다. 황목치승(LG)과 안태영(넥센 히어로즈), 송주호(한화 이글스) 등은 당당히 프로 1군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 감독은 “원더스를 통해 한국 사회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고, 매년 사비로 30억원 이상을 구단에 투자한 ‘괴짜 구단주’ 허민(38)의 행보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야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이처럼 원더스는 ‘실패자들의 성공작’이었다.

하지만 원더스 구단 내부에서 “퓨처스리그 정규 편성 등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회의가 담긴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구단 존폐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그리고 2014년 9월 11일 결국 그들의 도전이 멈췄다.

원더스 구단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11월 말까지 월급을 더 지급하기로 했다. 또 코칭스태프가 프로야구 구단의 테스트를 치를 선수들의 훈련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혀와, 구단은 훈련 장소를 제공하고 훈련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미팅에서 “작별의 시간이 너무 빨리 왔다. 야구인으로서 선수들이 기회를 일찍 놓치는 것 같아 정말 아쉽고 미안하다”며 “코치들이 11월까지 경기장에 나와 함께 훈련할 것이다. 나도 선수들이 새로운 길을 찾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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