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 향후 일정 묻자 “저 아이들, 새 길 찾아줘야지”

‘해체’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 향후 일정 묻자 “저 아이들, 새 길 찾아줘야지”

기사승인 2014-09-11 11:20:55
서영희 기자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 신화’를 이끌어 온 김성근(72) 고양 원더스 감독이 선수들에게 팀 해체 결정을 알리는 자리에서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감독은 고양시 야구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열린 선수단 미팅에서 “만남 뒤에는 이별이 오기 마련이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왔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더 기회를 줄 수 없는 상황이 슬프고 미안하다”며 “하지만 끝이 아니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자. 우리, 좌절하지 말자”라며 제자들을 격려했다.

혼잣말을 하듯 “아이고, 잘 참았다”라며 허탈한 미소를 짓기도 한 김 감독은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기도 했다.

그는 “코치들은 11월까지 매일 야구장에 나와 선수들의 훈련을 도울 것이다. 나도 너희들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약속하며 “이제 우리는 감독과 선수가 아닌, 인간과 인간이다. 언제든 고민이 있을 때 연락을 달라”고 했다.

한편 원더스가 해체되면서 김 감독의 행보는 야구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984년 OB 베어스(두산 전신) 사령탑으로 프로야구 감독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태평양 돌핀스와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SK 와이번스에서 총 20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다. 태평양과 현 SK 와이번스의 전신 격인 쌍방울 등 당시 하위권 팀들을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끌었다.

2002년엔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LG를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켰으며 2007년 SK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었다. 김 감독이 재임한 2007∼2010년의 SK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정상에 오르며 ‘절대 강자’로 군림하기도 했다. 2011년 12월 원더스의 초대 감독에 올라 3시즌 동안 팀을 이끌며 23명의 선수를 프로로 보냈다.

김 감독은 미팅에서 “나는 원더스에 ‘팀이 유지된다면 계속 원더스에 남겠다’는 뜻을 전했다”라며 “프로구단의 입단 제의도 없었고, 나도 원더스에 집중하려는 마음뿐이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신’ 김 감독이 ‘야인’이 되면서 성적 향상을 원하는 구단들의 영입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재진이 향후 일정을 묻자 선수들을 바라보며 “저 아이들, 새로운 길을 찾아줘야지”라고 대답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