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이 또 한 건을 했습니다. 최근 SNS를 통해 경찰의 일상과 재미난 사연 등을 전하면서 시민들과 한층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죠. 이번엔 가슴을 적시는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17일 부산경찰 공식 페이스북에 한 할머니의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할머니 한 명이 보따리를 들고 한 시간째 동네를 서성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남루한 차림의 할머니가 하염없이 돌아다니는 것에 주민들은 ‘저 할머니 좀 이상해요’라고 생각을 한 것이죠.
할머니는 경찰서에서도 경찰관들의 질문에도 아무 말을 하지 않으셨답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도 모른 채 “우리 딸이 애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네요. 보따리만 하염없이 부둥켜안고서요.
경찰은 할머니를 통해 알아낼 정보가 없다고 판단하고 인근 주민들에게 수소문 했습니다. 결국 할머니를 아는 분이 나타나 딸이 입원한 병원으로 모셔다드렸죠. 침대에 누워있는 딸과 갓난쟁이 손녀를 보자 할머니는 보따리를 풀어 미역국, 나물반찬, 흰 밥을 내 놓으며 “어여 무라”라고 하셨습니다. 병실은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치매에 걸린 엄마는 자신의 이름마저 잊었지만, 기억하는 단 한 가지는 바로 막 출산한 딸이었던 거죠.
부산경찰이 전한 사연에 인터넷에는 감동의 눈물 도가니입니다. 현재 이 글은 1만5000명의 좋아요와 1000번 이상 공유되며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끝이 없나 봅니다” “애잔하네요” “사무실에서 보다가 눈물 흘리네요” “세상의 모든 어머님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부모님께 효도해야 겠어요” “치매라도 지울 수 없는 기억, 자식에 대한 사랑이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감동적인 사연을 전한 부산경찰에게도 감사함은 잊지 않습니다. 네티즌들은 “부산경찰 아저씨들 너무 멋지세요” “훈훈한 사연 감사합니다” “우리를 위해 수고하시는 경찰관님들, 고맙습니다” “이 시대에 믿을 곳이라곤 경찰과 소방관 뿐”이라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치매 엄마가 딸을 위해 준비한 음식은 이미 다 식어버렸지만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만큼은 한없이 따뜻합니다. 딸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치매를 이겨내는 듯 합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부모님에게 전화 걸어 안부를 전하는 건 어떨까요?
더불어 부산경찰의 SNS 활동을 통해 ‘경찰은 무서울 것’이라는 우리의 선입견까지 사라지게 합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경찰관들,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고하는 것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덕분에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것도 알게 되네요.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