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민폐를 끼친 것 같습니다.”
누가 얼마나 큰 죄를 졌기에 사과하는 걸까요? 범죄자? 아닙니다. 바로 수영선수 남기웅(20·동아대)이 동메달을 딴 후에 한 인터뷰입니다.
한국은 22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계영 800m 결승서 7분21초37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땄습니다. 한국 계영 800m 신기록이자 대회 3연속 동메달입니다. 축하받고 기뻐할 값진 동메달이죠. 그러나 경기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아시안게임에 첫 출전한 남기웅 선수의 죄송하다는 말이 우리를 찡하게 합니다.
반면 함께 출전했던 정정수·양준혁 선수는 “아시안게임 첫 출전에 기쁘다” “첫 대회이자 마지막 대회다. 마무리 잘 한 것 같다”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라고 홀가분하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계영팀의 맏형 박태환의 수상소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21일 남자자유형 200m 결선에서 동메달을 딴 뒤 인터뷰에서 “많이 와주셨는데 아쉬운 경기 보여서 아쉬운 마음이 들고요. 응원해주신 만큼 좋은 경기 못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죄송하다고 말하는 선수들은 아쉬움이 남아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이겠죠. 그러나 은연중에 강박증으로 남아있는 ‘금메달 지상주의’가 우리 선수들을 이렇게 만든 것인 줄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예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진 편입니다. 언론과 대중의 인식도 바뀌었죠. 특히 요즘 젊은 선수들은 메달의 색에 개의치 않고 대회를 축제로 즐기는 분위기입니다.
남기웅 선수와 박태환 선수의 소감에 네티즌들은 “오히려 우리가 더 미안하다”는 반응입니다. “값진 동메달인데 뭐가 미안하냐” “잘했다. 자랑스럽다” “미안해하지 마라” “미안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는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박태환의 동메달 소식에 ‘아쉬운’이란 형용사를 붙여 보도한 한 방송도 있었습니다. 메달은 금, 은, 동으로 구분해 주어지는 것입니다. 메달의 색보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흘린 선수들의 땀방울에 더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요? 아직까지 남아있는 1등주의. 그리고 죄송하다 말하는 선수들. 우리를 더욱 반성하게 합니다.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