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 이사장 “친일파 청산은 소련 지령, 독립은 강대국 의지”

이인호 KBS 이사장 “친일파 청산은 소련 지령, 독립은 강대국 의지”

기사승인 2014-09-25 14:17:55

이인호 KBS 이사장(79·전 서울대 명예교수)이 KBS 이사장으로 선출된 후에도 친일파 청산 노력을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이라고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전경련이 개최한 ‘우리 역사 바로 보기’ 강연에서 이 이사장은 친일파 청산 주장에 대해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이었다며 “공산주의 입장에서 보면 민족주의 부르조아 세력을 약화시켜야 되는데 친일파 청산이 내세우기 가장 좋은 명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승만 박사가 박헌영을 만나 ‘소련과 손을 끊고 나와 손을 잡고 하자’고 제의 했으나 박헌영이 거절했다”며 “그 때 박헌영이 ‘친일파 청산부터 해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그건 결국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극찬하기도 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은 과거에 도전하기 위해 한학에 통달하는 등 서양책을 다독하여 학문을 쌓고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라면서 “그 시대에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봐도 특출하게 동서양의 학문을 다 꿰뚫어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 민족에 대해선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이 아니었다”며 “중국이라는 대국의 그늘에서 중국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문화적으로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왔는데 중국이 무너지니까 어쩔줄 모르다가 일본의 먹이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양에서 일본이 한국을 차지하는 것은 러시아가 한반도를 차지하고 부동항을 차지하는 것보다 낫다는게 서양열강의 합치된 의견이었다”고 덧붙였다.

해방에 대해선 “일본이 연합국에 의해 패망하니까 우리가 해방됐고 우리가 틈을 타서 독립국가로 태어날 선택의 여지를 조금 가지게 됐다”면서 “전체는 어디까지나 강대국의 의지에 따라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이 이사장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영방송의 이사장을 맡은 이후에도 공개적인 석상에서 편향된 역사관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는 이유가 무엇보다 궁금하다”며 “계속 자유롭게 논쟁적 현대사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싶다면 학자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이 이사장 발언에 인터넷도 들끓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와 트위터엔 ‘학자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KBS 이사장 의견’ ‘독립을 비하한 것 아닌가’ ‘KBS 입장이 궁금하다’ ‘수신료 거부 운동을 벌이자’ 등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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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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