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님’ 법이라는 ‘단통법’, 내일부터…그 진실은?

‘호갱님’ 법이라는 ‘단통법’, 내일부터…그 진실은?

기사승인 2014-09-30 10:20:55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국민일보DB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보조금 공시제에 따라 이통사는 홈페이지에, 대리점·판매점은 각 영업장에 단말기별 출고가·보조금·판매가 등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 가입유형(번호이동·기기변동), 나이, 가입지역 등에 따른 보조금 차별은 원천 금지된다.

이 법은 이동통신 시장의 보조금 투명화를 통한 소비자 이익 증대가 취지이지만 일부 내용에서 ‘호갱님’ 법이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호갱’은 어리숙해서 잘 속는 사람을 의미하는 ‘호구’와 고객이 합쳐진 우스개 표현이다. 왜 이런 시선이 고개를 드는지, 그 진실을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법에 따라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조금 액수는 34만5000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보조금 상한선이 30만원이고, 대리점·판매점이 15% 내에서 재량껏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

보조금은 9만원 요금제(2년 약정 실납부액 7만원)를 기준으로 그 이상은 100% 받을 수 있고 그 아래는 요금제에 비례해 차등지급된다. 방통위의 보조금 상한선을 고려하면 9만원 이상 요금제는 최대치인 34만5000원을, 4만5000원 요금제는 그 절반인 17만2500원을 받게 된다.

여기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결국 단통법이 고가요금제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조금이 고가 요금제에 집중되고 저가 요금제에는 보조금이 거의 지급되지 않았던 것과 견주면 오히려 저가 요금제 이용자의 상황이 개선된다는 게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례 원칙은 맞지만 저가 요금제를 이용하더라도 보조금이 반드시 지급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전 3만5000원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거의 혜택이 없었다면,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대략 15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반드시 줘야 한다. 이통사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 휴대전화 이용자의 평균 1인당 월 요금은 3만5000원 안팎이다.

단통법이 ‘호갱님’을 전국민으로 확산시킨다는 원성도 나온다.

보조금이 공시돼 예전처럼 출고가 100만원짜리 제품을 10만원 대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원래부터 시장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이었다. 불과 며칠 전에 자신은 80만~90만원을 주고 산 제품을 주변 사람이 버젓이 10만원 대에 구입하는 걸 보게 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따라서 단통법은 가격이 급락한 제품을 사는 기회가 원천 차단되지만 이런 ‘진짜 호갱’을 사라지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통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현재 보조금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고, 가입신청서에도 자신이 받은 보조금이 얼마인지 명시해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때문에 무료 피처폰이 없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스마트폰 대세 속에서도 휴대전화의 기본 기능만 필요한 사람들도 엄연히 있는데 괜히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단통법은 출시된 지 15개월 이내의 최신 단말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대부분 출시한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난 피처폰과는 관계가 없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피처폰도 마찬가지다. 피처폰 이용자가 낮은 요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통사 보조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책정되겠지만, 여기에 제조사 판매장려금을 합하면 보조금 하한선은 생각보다 높은 수준이 된다. 이에 따라 피처폰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정책을 변경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무료 또는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살 수 있을 전망이다.

향후 단통법의 관건은 단속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가이드라인 이상의 불법 보조금을 현금 환급(캐시백) 방식으로 제공하는 대리점·판매점들이 있는데, 이런 방식은 단통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단속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현금 환급을 해준다고 구두 약속만 한 다음 실제 환급은 안 해주는 사기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지만, 아직도 종종 성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불법 보조금이 계속 성행할 수 있다는 게 휴대전화 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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