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의 불법조업 단속에 격렬하게 저항하던 중국어선 선장이 해경이 쏜 권총에 맞아 숨졌다.
10일 오전 8시30분쯤 전북 부안군 왕등도 서쪽 약 144㎞ 해상에서 중국선적 80t급 어선 노영호 50987호 선장 송호우무(45)씨가 해경의 단속과정에서 복통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
송 선장은 곧바로 해경 헬기를 이용해 목포 한국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도착 전에 숨졌다. 병원 측은 “사인을 가리기 위해 CT 촬영을 한 결과 좌측 복부 뒤쪽으로 총을 맞은 것 같다. 총알 긴 부분이 지름 1.8㎝로 몸속에 남아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날 불법 조업하던 노영호를 제압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경 특수기동대원과 중국선원 사이에 격투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 해경의 한 대원이 권총으로 위협사격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송 선장이 복부에 총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해경 관계자는 “중국선원이 일부 대원의 헬멧을 벗기고 목을 조르기까지 한 데다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위급한 상황에서 권총이 발사됐다”며 “해양경찰관 5명도 격투과정에서 부상했다”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이와 관련, “경악하고,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주한국 중국영사관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미 한국정부에 즉각적인 항의를 표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한국정부 측에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유관 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하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한·중 간 외교 마찰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2012년 10월 중국어선 선원이 불법 조업 단속에 저항하다 해경의 고무탄에 맞아 숨졌을 당시 “폭력적인 법 집행을 중단하고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양 측이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외교 갈등으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목포=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