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시작된 ‘비정상회담’이 회가 거듭될수록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동시간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들의 시청률도 이미 제쳤죠. 방송이 끝난 직후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토론 열기로 뜨거울 정도입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의견 등이 이어지죠. 그런데 문제는 게시판에 건강한 토론이 아닌 무분별한 욕설과 비난이 난무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비정상회담’ 제작진은 결단을 내렸습니다. 지난 8일 시청자게시판에는 “비방 및 욕설 등으로 인해 비공개 게시판으로 전환하게 됐다. 프로그램 내 대다수의 출연진이 일반인인 만큼 양해 부탁드린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을 작성한 본인과 제작진만 글을 열람할 수 있게 된 거죠.
대부분의 인기 예능프로그램들이 그랬던 것처럼 ‘비정상회담’도 시청자들의 쓴 소리를 피할 순 없었습니다. 지난 8월 방송된 한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비난의 강도는 세졌습니다. 한국의 직장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국의 문화를 패널들에게 강요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또 MC들도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패널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방 글이 올라오면서 게시판의 목적은 퇴색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패널들의 고국 문화에 대해 비난을 하거나 일방적인 탈퇴를 요구하기도 했죠.
‘비정상회담’ 게시판이 비공개로 전환됐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공감했습니다. “얼마나 악플이 난무했길래…” “패널들 보호 잘 한다” “비공개로 바뀐 게 차라리 낫다” 등의 의견을 보였죠. 일부는 MBC ‘무한도전’의 게시판도 비공개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 역시 시청자 게시판의 무분별한 비난 글에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비정상회담’ 측은 1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홈페이지 관리자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인신공격 및 비방 글들이 몇 백건씩 올라와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비정상회담의 다른 SNS 소통창구보다 시청자게시판의 비방이 유독 심했다. 패널들도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게시판이라 패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그는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하긴 했지만 다른 SNS를 통해 시청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 비공개로 전환된 것은 아쉽습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욕설과 인신공격으로 인해 비공개가 된 건 부끄러운 현실이죠. 비공개로 전환됐어도 시청자와 제작진의 소통은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패널들이 더 이상 상처받는 일들도 없겠죠?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