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같은 나를 위한 힐링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커지면서 소재와 디자인이 조금씩 다른 다양한 기능성 베개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능성 베개 소재로는 라텍스와 메모리폼이 쌍벽을 이루고 있다. 언뜻 만져보았을 때 둘 다 비슷한 느낌이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애매할 때가 많다. 라텍스와 메모리폼, 무엇이 다른지 알아봤다.
◇라텍스=라텍스는 천연 고무나무 껍질의 흠이 난 부위에서 채취한 우유빛의 하얀 고무액이 주원료로 폼산이나 아세트산 같은 첨가물을 넣고 응고시켜 라텍스 제품으로 만든다. 천연라텍스라 하더라도 100% 천연 고무는 아니다. 빵을 만들 때 효모를 넣고 만드는 것처럼 천연라텍스를 만들 때도 첨가제를 넣게 되는데, 100% 천연라텍스는 라텍스 제조 시 필요한 최소한의 첨가물(5~6%)을 제외한 나머지 성분이 100% 천연 고무로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원료 자체가 고무 성분이기 때문에 고무줄처럼 튕겨내는 성질이 뛰어나다.
첨가물의 함량이 많은 합성라텍스는 라텍스가 딱딱해져서 가루가 날리는 ‘경화현상’이 생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라텍스 소재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고온의 온돌이나 전기장판에서 사용하거나, 직사광선에 자주 노출될 경우 경화현상이 더 빨리 올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시판중인 천연라텍스 베개 8종을 수거해서 분석한 결과, 4개 제품에서 최소 16% 최대 34%의 합성 라텍스가 검출됐다. 또 장기간 사용을 가정해, 이 제품들을 100℃ 이상의 오븐에서 170시간 가열해 본 결과, 변색과 균열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사람들이나 영유아들이 장기간 이 같은 문제가 생긴 베개를 사용할 경우호흡기 계통에 좋지 않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제품 선택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라텍스 속을 잘라서 확인하지 않고서는 육안으로 천연라텍스와 합성라텍스 제품을 구분하기는 어려우며, 합성라텍스가 많이 섞여 있는 제품을 천연라텍스라고 해서 속여 파는 경우도 있으므로 잘 알아보고 고르는 것이 좋다.
◇메모리폼=메모리폼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선 발사 시 비행사들이 받는 충격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개발한 화학수지(폴리우레탄)이다. 밀도는 높지만 탄성이 낮아 아무리 강한 충격도 95% 이상 흡수해내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실험 결과, 메모리폼은 분당 16회씩 12만5000번의 충격을 가해도 복원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눌렀을 때 서서히 복원되어 원래 상태로 돌아오려고 저항하는 성질 때문에 머리가 누르는 압력이 베개 전체로 적절하게 분산된다. C자형으로 굴곡이 있는 경추를 적당한 탄성으로 지탱시켜 주기 때문에 경추교정용 정형베개 등도 메모리폼으로 된 소재가 많다. 라텍스보다는 메모리폼이 온도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메모리폼은 미세한 벌집 모양의 오픈 셀 구조로 되어 있어 통기성이 뛰어나다.
같은 메모리폼 소재라 하더라도 밀도와 탄성, 항균성 등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므로 잘 따져보고 고르는 것이 좋다. 저렴한 메모리폼 소재일수록 밀도가 낮아서 경추를 안정적으로 받쳐 주지 못할 수 있고, 유해한 휘발성 화학물질 냄새가 날 우려가 있다. 제품에 따라서 세탁이 가능한 제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제품이 있기 때문에 구입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또 품질에 대한 인증 내역이나, 보증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점도 살펴봐야 한다.
수입품의 경우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이 뛰어난 편이며, 품질 보증 기간도 3~5년으로 긴 편이다. 또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 미국 등의 품질 인증 기준들을 통과한 경우가 많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수입 제품의 경우 스웨덴에서 온 친환경 메모리폼 정형베개인 시셀(Sissel) 등의 브랜드가 있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