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계모’ 상해치사죄→살인죄…항소심서 징역 18년 선고

‘울산 계모’ 상해치사죄→살인죄…항소심서 징역 18년 선고

기사승인 2014-10-16 12:05:55
의붓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시소된 ‘울산 계모’ 박모(4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살인죄가 적용됐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살인죄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고법 형사합의1부(구남수 부장판사)는 16일 살인죄로 기소된 박씨의 항소심에서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보다 체중이 3배나 되는 피고인이 어린 피해자에게 약 55분 동안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옆구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가격한 행위는 충분히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있다”며 “피고인이 사건 당시 30분 정도 안정을 취해 이성을 찾았을 것으로 보였지만 얼굴에 핏기없이 창백한 상태로 변한 어린 피해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2차 폭행까지 가한 점까지 더해 보면 폭행과정에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충분히 인식 또는 예견했다”고 밝혔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징역 10∼18년6월인 양형 기준에서 최고 범위인 징역 18년으로 형을 정했다.

재판부는 “소풍을 가는 날 아침에 피해자가 식탁 위에 있던 잔돈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두 차례에 걸쳐 약 1시간 동안 주먹과 발로 무자비한 폭력을 가해 어린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렸다”며 “폭행과정에서 피해자는 갈비뼈가 16군데나 부러지는 등 어린 피해자로서는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피고인에게 엄중한 죄책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하지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으로 참여한 황수철 변호사는 “어린이를 훈육하는 차원에서 폭행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 대부분에 상해치사를 적용해 처벌해왔다”며 “이번 항소심에서 최초로 살인죄를 인정한 것은 아동학대 사건에 큰 획을 긋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 하늘소풍 공혜정 대표는 “아동학대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그러나 8세인 아이가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고통과 학대 속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다가 죽었는데 징역 18년을 선고한 것에 대해선 법원의 양형기준이 미약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1심 재판부는 “살해하려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박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박씨를 살인죄로 처벌해달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집에서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 이모(8)양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양은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에게는 2011년 5월부터 이양이 학원에서 늦게 귀가하고 거짓말을 한다는 등 이유로 수차례 때리거나 뜨거운 물을 뿌리는 등 상해를 가한 혐의도 적용됐다.

박씨는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엄청난 죄를 지어 할 말이 없다. 죽을 때까지 아이에게 용서를 빌겠다. 잘못했다”고 말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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