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따라다녔던 ‘작은 이병규’라는 표현은 이제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이병규(7번)가 ‘거포 본능’을 맘껏 뽐내며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 MVP는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이병규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5타수 4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2회말 첫 타석에서 유격수 앞 내야 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이병규의 진가는 3회말에 나왔다. 2사 1,2루에 타석에 들어선 이병규는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3볼 상황에서 큼지막한 우중간 3루타를 작렬, 김용의와 정성훈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선취 2타점을 기록했다.
단순히 적시타에 성공했다는 의미를 뛰어넘는 한 방이었다. 앞선 2회에 팀이 무사만루에서 무득점에 그쳤기 때문에 3회 득점권 찬스마저 놓친다면 분위기는 NC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병규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병규는 팀이 3대0으로 앞선 5회말에도 좌전 적시타를 날리며 추가 타점을 올렸다. 이 때까지 LG가 올린 4점 중 3점이 이병규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또 5대3으로 추격 당한 7회말에는 무사 1,3루 찬스를 만드는 우중간 안타를 때렸다. 이를 발판으로 삼은 LG는 후속 타자 이진영의 우중간 적시타부터 스나이더의 볼넷, 오지환·최경철·손주인의 연속 3안타 등 NC 진영을 초토화시키며 11대3으로 달아났다. 승부는 사실상 여기서 결정됐다.
이병규는 이번 준플레이오프 내내 무시무시한 화력쇼를 과시했다.
창원마산구장에서 열린 1차전(13대4 승리)에선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2안타가 모두 장타(2루타)였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전(4대2 승리)에서 기록한 안타 1개도 2루타였다.
2연승 후 일격을 당한 3차전 9회말 공격에서 잠실 우측 펜스 상단을 때린 2루타는 NC 선수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팀이 3대4로 불과 1점 뒤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NC 마무리 투수 김진성은 경기 후 “홈런인 줄 알았다. 하늘이 도운 것 같다”고 말했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9번)와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로 ‘작은 이병규’라고 불려온 그였지만 이젠 ‘큰 이병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맹활약이다.
LG는 이날 화끈한 타선과 5이닝 1자책점을 기록한 선발 류제국의 호투에 힘입어 11대3으로 이겼다.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전적 3승1패로 NC를 따돌린 LG는 ‘엘넥라시코’ 라이벌인 넥센 히어로즈와 27일 목동구장에서 플레이오프 일정에 돌입한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