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폭행 사건’에 연루된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현(사진) 의원이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8일 세월호 가족대책위 김병권 전 위원장과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이용기 전 장례지원분과 간사 등 유가족 4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 혐의로 이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김 의원 역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김 전 위원장 등 유가족 4명은 지난달 17일 오전 0시 40분 영등포구 여의도 거리에서 대리기사, 행인 2명과 시비가 붙어 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 의원과 함께 술을 마시고서 대리기사 이모(53)씨를 불렀고, 이씨가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한 것에 대해 항의하자 이씨를 집단으로 때렸다. 이어 이씨가 맞는 것을 목격한 노모(36)씨 등 행인 2명이 이를 말리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하자 이들도 폭행한 혐의도 받고있다.
앞서 유가족 가운데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은 일방적인 폭행이 아니라 현장에 함께 있던 행인 정모(35)씨로부터 맞았다며 쌍방폭행을 주장했다.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정씨가 김 전 수석부위원장에 주먹을 휘두른 동작을 확인해 그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경찰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 김 전 부위원장이 CCTV를 보고 정씨가 때렸다고 추정만 할 뿐 그의 폭행을 직접 본 것이 아니며, CCTV 분석을 통해서도 정씨가 폭행한 사실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정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김 의원의 경우 보수단체 등으로부터 폭행과 상해 혐의로 고발당해 피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김 의원은 줄곧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고 싸움을 촉발한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경찰은 김 의원이 대리기사 이씨로부터 명함을 돌려받으려는 과정에서 싸움을 촉발했고, 유가족들이 이씨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데 일부 가담했다고 판단해 김 의원에게 공동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김 의원이 ‘명함 뺏어’라고 말하면서 유가족의 폭행이 시작됐다”며 “김 의원을 폭행과 상해의 공모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접 때리지 않아도 언쟁 중 일행이 폭행을 행사했을 때 적극 만류하지 않았다면 공동정범으로 취급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번에 경찰이 김 의원에게 공동폭행 혐의를 적용한 것 역시 이 같은 대법원 판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폭력 행위에 먼저 적극적으로 가세하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행위를 조장하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만류·제지하지 않았을 경우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의원의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고 봤다”며 “피해자가 맞고 있는데 명함을 돌려받는 것이 중요한지 싸움을 말리는 것이 중요한지를 따져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들이 집단 폭행으로 이씨의 대리운전 업무를 방해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보고 유가족 4명과 김 의원 모두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추가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