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복수” “X새끼” 신대철·김창렬, 글쎄요…

[친절한 쿡기자] “복수” “X새끼” 신대철·김창렬, 글쎄요…

기사승인 2014-10-28 15:02:56

가수 신해철(사진)씨가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46세입니다.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S병원에서 장협착증 수술을 받은 그는 흉부 통증을 호소하다 22일에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며칠 후 꼭 다시 일어날 거라는 가족·동료·팬들의 염원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그룹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47)씨는 28일 자신의 SNS에 “꼭 복수해주겠다”는, 가수 김창렬(41)씨는 “살려내라 X새끼들아”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앞서 신대철씨는 “병원 문 닫을 준비하시라”라고도 했죠. 애도를 넘어서는 누군가를 겨냥한 분노이고, 그 누군가는 S병원임이 분명합니다. 현재 인터넷을 중심으로 신해철씨가 갑작스런 복막염과 패혈증으로 심정지 상태까지 된 게 S병원에서 받은 수술의 부작용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형·동생이자 같은 음악인 동료를 잃었다는 허망함에 격앙될 수 있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신대철씨가 김씨나 조금만 신중했으면 합니다.

일단 S병원의 의료사고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일 뿐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습니다. S병원은 법적대응까지 거론하며 반박했고, 고인이 심정지 후 이송된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도 관련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굳이 말하자면 고인이 장협착증 수술을 받은 후 갑자기 그런 상태가 됐기 때문에 ‘정황 상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라며 “의학적으로 증명된 건 전혀 없고, 우리 병원에서도 부작용과 관련된 어떤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정작 유가족들은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의료사고 주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유가족입니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28일 “고인이 이송돼 온 후 사망한 현재까지 그럴만한 정신도 없었겠지만 현재까진 유가족들이 부작용이나 의료사고를 의심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전부 바깥에서 하는 얘기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신대철씨와 김씨는 본인의 위치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SNS라는 공개된 플랫폼을 통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유가족이 가족을 잃은 허망함에 의사를 붙잡고 “살려내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등의 울분을 토해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행위입니다.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지고 그들이 주는 인기로 살아가는 공인입니다. 마치 사실과 같은 뉘앙스의 글을 올리면 특히 나이 어린 팬들은 무의식 중에 ‘신해철은 의료사고로 죽었다’고 믿게 될 수 있습니다.

만일 그들이 언론에도 아직 나오지 않은 결정적인 내용을 가지고 하는 말이라면 그것을 제시해야 하고, 어떤 이유 때문에 바로 내놓지 못한다면 최소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를 전한 후 토로하는 것이 공인다운 행동입니다.

이미 인터넷에 S병원과 원장 실명까지 돌아다니는 상황입니다. 만일 신해철씨의 사망과 S병원 수술의 연관성이 규명되지 않으면 또 다른 책임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현재까지의 정황을 정 그냥 넘길 수 없다면 규명 절차에 나서던가, 최소한 유가족이 의혹을 제기하면 같이 목소리를 내는 정도가 옳은 처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故) 신해철씨의 명복을 빕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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