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락이의 커브는 제대로 들어가면 타자가 치기 힘들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의 이 말이 증명된 날이었다. LG 신정락(사진)이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명품투’를 과시했다.
신정락은 1회말 선두타자 서건창, 이택근, 유한준을 범타로 처리하며 상쾌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신정락은 2회말에도 넥센 중심타선인 ‘홈런왕’ 박병호를 좌익수 뜬공, 강정호와 김민성을 삼진으로 요리했다. 신정락의 호투는 3회말에도 이어졌다. 2사 후 박동원에게 내야 안타를 내줬지만 서건창을 2루 땅볼로 잡았다. 4회말도 박병호에게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는 등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끝냈다.
같이 불꽃 튀는 투수전을 펼쳐 온 넥센 선발 앤디 벤헤켄은 5회에 다소 흔들렸지만 신정락은 철벽이었다.
5회초에 벤헤켄은 선두타자 스나이더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고, 손주인의 희생번트 때 1루 송구 실책으로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대세 포수’ 최경철의 희생번트 성공으로 1사 2,3루. 다음 타자 오지환의 1루 땅볼 때 3루에 있던 스나이더가 홈에서 세이프 됐다. 2회초에 1점에 이은 추가실점. LG는 오지환이 2루로 뛰는 사이 손주인이 기습적으로 홈을 노렸지만 아웃됐다.
신정락은 5회말에 강정호를 첫 타석에 이어 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민성은 유격수 땅볼, 이성열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리그 최고의 거포 군단(팀홈런 199개·리그 전체 1위)인 넥센 타선은 신정락의 주무기인 커브에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6회말 역시 시즌 200안타(201개) 고지를 밟은 서건창을 삼진으로 잡는 등 삼자범퇴로 끝내버렸다. 6이닝 동안 실점 없이 1피안타 7탈삼진(무사사구). ‘퍼펙트급’ 피칭이었다.
하지만 신정락은 7회초에 일격을 당했다. 잘 들어가던 커브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유한준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것. 하지만 오지환의 호수비에 힘입어 박병호를 땅볼로 잡았고, 강정호는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버렸다. 최초의 ‘40홈런 유격수’로 올 시즌 후 해외진출을 노리는 강정호는 이날 3차례 타석에 들어설 때까지 모두 삼진을 기록하는 굴욕을 당했다. 7이닝 2피안타(1홈런), 무사사구, 10탈삼진. 플레이오프 2차전의 ‘미친 선수’는 신정락이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