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의 팀이 타격이 안 되면 질 수 밖에 없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지난 28일 염경엽 감독이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대9로 대패한 2차전이 끝난 후 한 말이다. 반대로 ‘타격의 팀’이기 때문에 타격만 되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홈런 2개, 2루타 3개가 터진 30일 3차전이 그랬다. 넥센이 LG를 6대2로 누르고 시리즈(5전3선승제) 전적 2승 1패로 다시 한 발 앞서갔다.
LG 외국인 에이스 리오단은 1회초 1사 후 비니 로티노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지만 유한준을 병살타로 처리했다. 리오단은 2회초 강정호에게 중월 솔로홈런을 얻어맞으며 선취점을 내줬다. 김민성과 이택근을 범타로 넘겼다. 4회를 삼자범퇴로 끝낸 리오단은 5회초 무너졌다.
선두타자 김민성의 빗맞은 공이 행운의 안타로 연결된 것이 리오단에겐 비극의 전조였다. 이택근의 중전안타로 무사 1,2루. 이어 나온 이성열이 2스트라이크가 될 때까지 희생번트를 실패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이성열은 비교적 제구가 낮게 잘 된 공을 잡아당겨 우중간 2루타를 터뜨려 타점을 올렸다. 최고의 거포 군단(홈런 199개·리그 1위)인 넥센 타선은 작정한 듯 방망이를 휘둘렀다. 이어 나온 박동원도 LG 우익수 이진영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날려 리오단을 끌어내렸고, 서건창의 희생번트 후 로티노가 임정우에게 또 2루타를 터뜨리며 점수는 순식간에 5대0으로 벌어졌다.
반면 넥센 선발 오재영은 LG 타선을 5이닝을 1실점으로 봉쇄했다. 오재영은 5회말 오지환의 볼넷과 최경철의 좌전안타, 대타 최승준의 몸에 맞는 볼로 처한 1사 만루에서 정성훈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첫 실점을 내줬지만 황목치승의 대타로 나온 채은성을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1루수 박병호의 호수비가 돋보였다.
넥센은 8회초 유한준이 임정우의 141㎞ 직구를 잡아당겨 좌측 펜스를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려 다시 달아났다.
승부는 8회말에 사실상 결정됐다. LG는 선두타자 정성훈의 중전 안타와 김용의의 볼넷으로 얻은 무사 1,2루 찬스에서 타선의 핵인 박용택과 이병규(7번)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 힘겹게 탄 상승기류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진영의 좌전안타로 추격하는 1점을 올리긴 했지만 아웃카운트 1개만 남은 상황에서 ‘빅이닝’을 기대할 순 없었다.
염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개별 선수가 몇 타수 몇 안타를 쳤는지는 끝나고 나면 주변에선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는지 못 올라갔는지만 물어볼 것”이라는 말로 2차전까지 침묵한 중심타선의 스트레스를 덜어줬다고 했다. 누가 활약을 하던 팀만 이기면 되니 중심타선이라는 부담을 지나치게 갖지 말라는 뜻이다.
이날 5번 타자 강정호와 3번 타자 유한준의 홈런이 나왔다. 그리고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순간은 0대1 살얼음판 리드 상황이던 5회초에 8,9번 이성열과 박동원이 적시 2루타를 연달아 터뜨렸을 때 였다. 하위타선이 일등공신, 중심타선이 조력자였던 것이다.
‘말 속에 뼈가 있다’를 살짝 바꿔 ‘염경엽의 말 속에 플레이오프가 있다’고 해봐도 어색하지 않은 경기였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