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팬들은 승부를 결정 짓는 호쾌한 장타, 홈런에 열광한다. 하지만 지도자는 눈에 잘 안 띄는 호수비, 잔실수 등에도 주목한다. 작지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클 수 있기 때문이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6대2 승리로 이끈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의 눈에 들어온 건 강정호·유한준의 홈런, 이성열·박동원 2루타 뿐만이 아니었다. 5회말 박병호의 호수비도 포함됐다.
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5회말 병호의 수비가 컸다”며 “그 수비로 인해 선발 오재영을 1이닝 더 끌고 갈 수 있었고, 그 차이가 내겐 굉장히 크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0대5로 앞선 5회말 LG가 1점을 따라잡힌 후 계속된 2사 2,3루 위기에서 대타 채은성이 친 파울플라이를 끝까지 따라가 잡아냈다. 뒤에서 넘어오는 공이라 잡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 호수비 하나로 이닝이 마무리 됐다. 만일 채은성에게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지고 적시타라도 나왔다면 염 감독은 바로 불펜을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한현희, 조상우로만 버티는 중간계투진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염 감독은 “내일 선발인 헨리 소사도 길게 끌고 갈 것”이라며 “LG 팬들의 응원이 대단한데 넥센 응원석도 꽉 찼더라.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LG 양상문 감독은 “리오단의 구위는 좋았다. 가운데로 몰린 공 2~3개가 장타로 연결돼 대량 실점한 게 아쉽다”며 “우리 타자들은 오재영에 대한 대비를 잘했다고 본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간 게 많았다. 타격부진이라고 하는 건 좀 성급한 것 같다. (오늘 안타가 안 나왔다고) 중심타선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가을야구에서 우리 쪽으로 오던 운이 오늘은 오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