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참 힘들다”란 말 많이 하죠? 그런데 이와 상반되는 조사결과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전 세계에서 25번째로 살기 좋은 나라로 한국이 꼽힌 겁니다.
3일(현지시간) 영국 레기툼 연구소에 따르면 142개국을 대상으로 ‘2014 세계 번영 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25위에 올랐습니다.
이 조사는 경제, 기업가 정신, 개인 자유, 교육, 보건, 국가 경영·통치 능력, 안전·안보, 사회적 자본 등 8개 분야의 점수를 매긴 것입니다.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분야로는 경제(9위), 교육(15위)입니다. 반면 개인 자유와 사회적 자본 분야에서는 각각 59위와 69위에 머물렀습니다.
생활수준에 만족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세계 평균 59.4%입니다. 한국은 평균치보다 높은 72.2%가 ‘그렇다’고 대답했죠.
노르웨이는 2009년 이래 6년 연속 선두를 지켰습니다. 스위스가 2년 연속 2위, 뉴질랜드가 3위에 올랐죠. 덴마크, 캐나다, 스웨덴, 호주, 핀란드, 네덜란드, 미국 순으로 매겨졌습니다.
반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콩고민주공화국(민주 콩고), 부룬디 등 아프리카 국가는 하위권에 머물면서 살기에 가장 불행한 나라로 꼽혔습니다.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 25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의아해합니다. “대체 누구에게 조사했길래 한국이 25위지?” “250위에서 0이 하나 빠진 건 아닌가” “허위 사실 유포하지 마라” “서민들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돈 많으면 살기 좋지” “25위? 놀랍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한 네티즌은 “자살률과 고령화 속도가 1위다”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 밑에는 너도나도 한국이 1위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댓글 달기가 시작됐습니다. ‘냑태율, 저출산율, 이혼율, 청소년 흡연율, 명품선호도, 비리 특급, 세금 낭비, 성형, 냄비 근성, 부정부패’ 등이 댓글로 달렸죠.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꼬면서 1위가 무엇인지 매긴 겁니다.
삶의 만족도는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조사 대상이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 또한 통계로 낸 수치일 뿐이죠. 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 반응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국가에 대한 불신 때문은 아닐까요?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