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46) 감독이 구단 전신 격인 현대 유니콘스의 2004년 우승 당시를 떠올렸다.
염 감독은 4일 열리는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난 그때 슬펐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2004년 현대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는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비가 쏟아지는 9차전까지 치러진 혈전 끝에 현대가 시리즈 전적 4승3무2패로 우승 축배를 들었다. 현대 구단은 이 우승을 마지막으로 2007년 해체됐고, 현재 넥센으로 재창단됐다.
벅찬 느낌으로 남아 있어야 할 2004년 우승이 염 감독에게 슬픈 기억인 이유는 당시 그가 유니폼이 아닌 양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염 감독은 현대 구단 운영팀 과장이었다.
염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잠실야구장을 나왔는데 택시가 안 잡혀 축하연이 열리는 롯데호텔까지 비를 맞아가며 뛰어갔다”며 “운영팀에 있었기 때문에 난 우승 축하연을 준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헐레벌떡 호텔에 도착해서 플래카드 붙이고 경기 장면 담긴 녹화 영상 만들고 부랴부랴 축하연 준비하는데 ‘내가 지금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몸에는 여전히 그라운드 현장의 피가 흐르고 있는데 앞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리는 이들을 뒤에서 챙겨야 했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염 감독은 이 때 10년 후 자신이 한국시리즈 사령탑이 될 지는 상상 조차 못 했을지도 모른다.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정도면 양팀 다 타격은 리그 톱이라고 보면 된다”며 “결국 누가 잘 막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