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죽었으면 좋겠군요.”
대체 어떤 상황이기에 이런 말을 했을까요. 걸그룹 미쓰에이(MissA) 멤버 수지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입니다. 여러 생각이 듭니다. 얼핏 보면 섬뜩한 말이지만 곱씹으면 슬프게 느껴집니다.
글은 자신에게 악성 댓글을 남긴 한 네티즌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참다못해 한 마디를 건넨 것으로 보입니다. 이 네티즌의 글을 보니 가관입니다. 밑도 끝도 없이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이 네티즌이 수지에게 처음 트윗을 보낸 건 지난달 12일이었습니다. “재수 없는 인간아. 교통사고나서 죽어버렸음 (좋겠다)”라는 멘션을 남겼죠. 한 달 뒤쯤인 9일 또 트윗을 보냈습니다. 글엔 이렇게 적혔습니다. “연예계에서 추방돼라. 교통사고 나서 죽어버려.”
불과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멤버 둘을 잃은 레이디스코드를 떠오르게 합니다. 설마 의도한 발언이었을까요. 악플러의 전형으로 보입니다. 비판에 타당한 이유 따윈 없습니다. 도를 넘은 내용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글을 접한 네티즌들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터넷에는 “대체 저런 트윗은 왜 남기는 건가” “아무 이유도 없이 욕먹는 연예인들 불쌍하다” “저기에 답글을 다는 수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저런 말은 그냥 무시하라”는 등의 안타까움 섞인 위로가 가득합니다.
수지가 SNS에서 봉변을 당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2012년 한 네티즌은 수지 사진으로 만들어진 전신 입간판에 음란 행위를 하는 듯한 포즈로 찍은 사진을 올렸죠. 직접적인 건 아니었으나 엄연한 성희롱이었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해당 네티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수지뿐이 아닙니다. 연예인들은 악플의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아예 인터넷 게시판이나 댓글을 보지 않고 산다는 이들도 많습니다. 여성 연예인의 경우는 더합니다. 비난의 강도가 심할뿐더러 개인이 느끼는 충격의 정도도 더 크기 때문이죠.
고(故) 최진실, 유니 등은 온라인 악플과 루머에 고통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후 네티즌들 사이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고, 검찰 단속이나 악플 방지 캠페인도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이쯤에서 스스로 돌아봅시다. 이름과 얼굴을 감춘 우리는 너무 다른 사람이 되진 않았는지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