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너무 적은…김광현 포스팅, 류현진의 1/10도 안 나온 이유

적어도 너무 적은…김광현 포스팅, 류현진의 1/10도 안 나온 이유

기사승인 2014-11-12 07:16:55
SK와이번스 제공

더 적게 나올 것이라고는 누구나 예상은 했다. 하지만 누구나 놀랄 정도로 적어도 너무 적다. 미국 프로야구 진출을 공식 선언한 김광현(26·SK 와이번스)의 포스팅 최고 입찰액이 1년 선배 류현진(27·LA 다저스·전 한화 이글스)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폭스스포츠 켄 로젠탈 기자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한국인 왼손 투수 김광현을 영입하기 위해 포스팅에 참여했고, 포스팅 금액은 200만 달러(약 21억9000만원)”라고 전했다.

200만 달러는 역대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의 미국 프로야구 포스팅 금액 중 두 번째에 해당한다. 하지만 첫 번째인 류현진이 2년 전 LA로부터 제시 받은 금액이 2573만7737달러33센트라는 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 김광현과 류현진이 한때 국내 좌완 에이스 자리를 다투던 라이벌 관계였다는 점에서 더욱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다.



사실 김광현은 류현진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성적부터 미국 스카우트들에겐 류현진보다 덜 매력적이다.

류현진은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2012년 시즌까지 7년 간 190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80, 98승 52패를 기록했다. 2007년에 SK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은 올해까지 18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30, 83승 49패를 찍었다.

여기까지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속을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 정규리그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46) 감독의 말에서 어느 정도 분석해 볼 수 있다.

염 감독은 10일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리기 전 팀의 주전 유격수 강정호(27)가 미국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투수가 160㎞를 던진다 해도 가운데로 들어오면 칠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 감독은 “미국은 파워는 우리보다 월등하지만 날카로운 제구력을 가진 투수는 드물다”고 부연했다.

이를 투수 입장에서 바꿔 해석하면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타자를 압도할 파워를 갖추고 있거나 구석 구석을 찌르거나 예리한 변화구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능력을 확실히 장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류현진이 150㎞ 대의 빠른 공을 던지지만 전자보단 후자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김광현도 최고구속 150㎞대의 직구를 던진다. 하지만 미국 무대에서 ‘파워형 피처’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여기에 타자의 배트를 빨리 유도해 이닝을 길게 끌고 가는 ‘이닝이터’로서의 능력이나 제구력도 류현진보다 떨어진다.

류현진은 국내 무대에서 1269이닝을 소화했지만 김광현은 류현진보다 불과 5경기 덜 출전하면서 1033.2이닝을 기록했다. 하지만 볼넷과 사구를 합친 개수는 김광현이 497개로 406개인 류현진보다 훨씬 많다. 류현진은 완투가 27경기지만 김광현은 6경기에 불과하고, 완봉은 류현진이 8경기, 김광현이 2경기다.

한 스카우트는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는 공의 비율이 50%를 밑돈다”면서 “좌타자를 상대하는 계투 요원으로 더 적당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미국 스카우트들에게 류현진은 뚜렷한 장점이 눈에 들어오지만 김광현은 어정쩡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인상적인 건 왼손 투수이면서 148㎞ 이상 나오는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다는 정도다.

직구처럼 들어오다 살짝 떨어지는 변화구인 슬라이더는 투수에게 볼카운트가 불리할 때 잘 던질 수 있다면 위력적인 무기가 된다. 예를 들어 대부분 타자들은 2볼 0스트라이크처럼 자신들이 유리할 때 직구를 노린다. 이럴 때 슬라이더를 잘 던지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아 내야 땅볼 등 범타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김광현은 과거 부상 경력까지 가지고 있다. 지금은 완치됐다고 하지만 선수의 경기장 밖 생활까지 철저하게 따지는 미국 스카우트들의 눈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SK 내부에서는 금액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11일 오전 김광현 영입 의사를 가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이 써낸 최고 응찰액이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전달된 후 SK가 금액 공개를 미루며 마라톤 회의에 돌입한 이유다.

하지만 한 에이전트는 “류현진이 포스팅 역대 4번째 최고액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을 제시받아 (김광현의 포스팅 금액이) 낮게 보이는 것일뿐, 결코 ‘적다’라고 판단할 금액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SK 관계자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12일에도 회의가 계속될 것이다. 고민할 부분이 많아 12일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KBO가 SK에 제시한 수용 여부 결정 기한은 14일 오후 6시다. 김광현의 미국 진출이 성사되려면 SK가 그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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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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