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홈런 타자로 꼽히는 베이브 루스(1895∼1948)가 지금 현역으로 뛰고 있다면 몸값이 ‘10억 달러(한화 약 1조1035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흥미로운 가정이 등장했다.
미국 ESPN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이런 가정을 WAR(Wins Above Replacement·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을 통해 풀어냈다. WAR는 승리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은 가상의 선수와 비교해 팀에 몇 승을 더 안기는 지 측정하는 세이버 매트릭스 지표다.
ESPN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해 “마이애이 말린스의 지안카를로 스탠턴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스탠턴은 최근 구단과 13년 총 3억2500만 달러(약 3580억원)의 메이저리그 역대 최장·최고액 계약을 맺었다. 스탠턴의 최근 5년(2010∼2014년) WAR는 총 21.2로 시즌 평균 4.24다. 대체 선수에 비해 매 시즌 4승 이상을 팀에 더 안긴다는 의미다.
스탠턴은 13년 동안 연 평균 2500만 달러를 받는다. WAR 1을 45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 정도의 가치로 평가하는 세이버 매트리션의 계산법과 거의 일치한다. 스탠턴은 WAR 1을 595만 달러로 계산한 금액을 받게 된다.
메이저리그 역대 단일 시즌 최다 WAR 기록 1∼3순위는 모두 베이브 루스가 보유하고 있다. 루스는 1923년 WAR 14, 1921년 12.9, 1927년 12.4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한 시즌 최고 WAR는 2001년 배리 본즈의 11.9였다. 그만큼 루스의 승리 기여도는 엄청났다.
루스가 받은 최고 연봉은 1930년의 8만 달러였다. 당시 소속팀 양키스 선수의 평균 연봉에 10배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지금 루스가 현역으로 뛰고 있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손에 넣을 수 있다.
ESPN은 “루스의 WAR 1을 600만 달러로 계산하고 최근 다년 계약의 일반적인 현상인 연간 연봉 5% 상승 등을 고려해 산출했다”며 “루스가 스탠턴과 같은 나이에 13년 계약을 한다면 총 10억6000만 달러를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ESPN은 25세 7140만 달러, 26세 8130만 달러, 27세 4170만 달러, 28세 9790만 달러 등 매년 연봉도 계산해 공개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통산 660홈런을 친 윌리 메이스는 13년 총 9억3100만 달러, 배리 본즈는 13년 총 9억16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ESPN은 “재밌는 가정일 뿐이지만, 이를 통해 과거 선수들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14년 프로 생활을 시작해 1918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베이브 루스는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 등에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에서 22시즌을 뛰었고 통산 714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1974년에 행크 아론에 의해 깨질 때까지 최고의 기록이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