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에 빨려 들어간 ‘나의 독재자’… 3주간 38만명 ‘와르르’ 무너진 롯데의 자신감

‘인터스텔라’에 빨려 들어간 ‘나의 독재자’… 3주간 38만명 ‘와르르’ 무너진 롯데의 자신감

기사승인 2014-11-19 15:05:55
사진=영화

설경구와 박해일의 만남으로 충분했다. 소재는 신선했다. 이해준 감독의 디테일도 훌륭했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든든한 지원까지 등에 업은 상황. 영화 ‘나의 독재자’는 그렇게 모든 흥행 조건을 갖춘 듯 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는 예상 밖의 행보를 보였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는 누적관객수 38만3481명(18일 기준)을 기록했다. 개봉 4주차로 접어들며 개봉관 수는 크게 줄었다. 전날엔 49개관에서 63회 상영돼 502명이 봤다. 흥행 참패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손익분기점인 210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절반은커녕 20%를 살짝 웃도는 정도를 회수했다. 롯데 측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조차 꺼려했다. 관계자는 “어느 정도도 아니고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 상황에 섣불리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앞으로도 대단한 반전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점유율 70%를 뛰어넘는 할리우드 SF영화 ‘인터스텔라’의 흥행 독주는 따를 자가 없다. 영화는 개봉 13일 만에 누적관객수 525만명을 넘어섰다. 1000만에 가까운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트’가 12%로 그나마 두 자리수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패션왕’ ‘나를 찾아줘’ 등은 3% 정도다. ‘나의 독재자’는 0.2%다.

대대적으로 홍보를 펼친 롯데시네마도 얼굴을 들기 힘들 지경이다. 롯데시네마는 지난달 대대적으로 문을 연 월드타워점을 마치 ‘나의 독재자’ 홍보관처럼 꾸몄다. 입구에서부터 ‘나의 독재자’ 대형포스터가 관객들을 맞이했다. 티켓 자동예매기에 나오는 초기 화면도 배우 설경구와 박해일이 등장했다. 예매기 바로 위에는 소형포스터를 또 붙였다. 복도에는 대형 광고판을 세워 포스터, 전단지, 예고편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만큼 영화는 기대작으로 꼽혔다. 연기력이 검증된 출연배우들이 출연했고 개성 있는 연출로 주목받는 이해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기 전 언론시사회에서 나온 평도 긍정적이었다. 롯데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어 보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참담했다. 개봉 후 얼마간은 홍보효과가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반응은 곧 사그라졌다. 일부 관객들 사이에선 “너무 많은 얘기를 다루려 했다” “연기만 가지고 영화가 완성되는 게 아니다”라는 등의 싸늘한 평이 나왔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 집계된 평점은 점점 떨어졌고, 더 이상 관객들은 ‘나의 독재자’를 찾지 않았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나의 독재자는 감정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영화로 느껴진다”며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듯한 후반부에 접어들면 감정소모로 인한 피로감마저 생긴다”고 평했다. 이어 “최루적인 소재를 다루는 상황에 연출이나 각본이 감정적 분출보다 이성적 접근에 주력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직 극장 상영이 완전히 종료되진 않았다. 하지만 17일을 기점으로 온라인 VOD서비스가 시작됐다. 풀HD 화질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영상을 다운받아 소장할 수도 있다. 박스오피스 스코어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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