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보이스피싱 조직이 적발됐다. 조직원만 100명에 이르고 피해액은 400억원에 달했다. 해외로 도주한 총책은 사이버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직 경찰관이었다.
광주지검 형사 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19일 해외에 ‘콜센터’를 차린 뒤 저축은행을 가장해 대출해 줄 것처럼 속여 거액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모두 5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총책 A(42)씨의 동생이자 자금관리책인 B(39)씨 등 조직원 26명을 구속기소하고 조직원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고 간부급 조직원의 수배조회를 해준 경찰관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A씨를 비롯해 도주한 조직원 21명을 지명수배했으며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조직원 50여명을 추적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조직원 중에는 남매인 광고모델과 전 프로야구 선수, 연예인 매니저, 조직폭력배 등이 포함됐다. 부부, 형제, 동서 등 친인척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2011년 11월쯤부터 지난해 7월까지 중국, 필리핀 등지에 콜센터를 차린 후 저축은행 직원이라며 대출해 주겠다고 속여 인지대, 보증보험료 등 명목으로 총 40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일일 환전금액, 범행기간, 일부 피의자의 진술 등을 고려하면 피해금액은 400억원까지 늘어나고 피해자는 수만명에 달해 현재까지 적발된 보이스피싱 조직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A씨 등은 중국 해커로부터 저축은행 서버를 해킹해 대출을 거절당한 명단을 입수, 당사자에게 전화해 “재심사 결과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인 후 인지대 등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피해자 중 1명은 음독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위였던 A씨는 지난 2008년 비위로 해임됐으며 사이버 범죄수사대에서 보이스피싱 수사를 했던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조직을 결성했다. 그는 자신이 경찰일 때 수사한 피의자 3명을 조직원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A씨의 동생은 범행 이후 가족 명의로 30억원대 건물을 사들이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A씨를 비롯해 인적사항이 파악된 조직원 21명에 대해 여권 무효화 조치하고 인터폴 등에 국제 공조를 요청했다.
검찰은 또 조직원들이 사용한 100여개 인터넷 전화회선을 차단하고 발신번호 변경사실 알림 서비스 시행, 공공·금융기관 전화번호로 변경된 전화 차단제도 확대 실시 등 제도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