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빌미로 비판 댓글 차단 대기업…

‘명예훼손’ 빌미로 비판 댓글 차단 대기업…

기사승인 2014-11-19 16:52:55

지난 16일 SBS뉴스에 보도된 “대기업 제품의 비판 댓글은 명예훼손?”과 관련돼 언급된 제품이 LG 세탁기임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날 방송에는 물건 구매 시 참고하는 제품 후기들이 칭찬 일색인 이유를 설명하며 대기업 제품의 경우 단점을 지적하는 글을 귀신처럼 찾아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식으로 작성자의 글을 차단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함을 꼬집었다.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 LG전자 세탁기는 구입한지 10개월 밖에 안됐는데 세탁 후 자꾸 먼지가 묻어나와 A/S기사를 불러 제품을 뜯어본 후 직접 사진을 찍어 구매자가 느낀 그대로의 문제점을 블로그에 남긴 경우다. 이 후기의 경우 유사한 불만을 겪은 소비자가 많아 굉장히 많은 공감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약 20일 만에 업체 측에서 작성자와의 사전 논의 없이 차단을 해 더 이상 온라인상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부정적이고 “이 제품 절대로 사지 마라”같은 감정적 글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될까? 결과적으로 ‘아니다’다. 직접 제품을 사용해 본 소비자의 주관적인 판단을 담은 후기는 설사 추후에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되더라도 일정한 근거를 갖고 공익의 목적으로 썼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리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대법원 판례도 있다.

이런 법리적 해석 외에도 실제 대기업이 소비자 개인과 명예훼손으로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문 점을 보더라도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은 결국 비판적인 글을 쓴 소비자를 주눅 들게 해 2차, 3차로 비판 내용이 퍼지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만 현행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과 관련된 글이 인터넷에 올라올 경우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작성자의 동의 없이도 30일까지 차단할 수 있게 돼 있다. 대기업의 경우 이 점을 적극 이용해 자사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의 글들을 원천 차단하는 데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통화에서 “해당 글을 올린 분의 연락처를 온라인상에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어 사전에 의견 교환의 기회가 없었다”며 “어쩔 수 없이 행정적 절차를 진행한 것이지 절대 강압적인 의도로 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진환 기자 goldenbat@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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