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4일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오류 논란을 빚은 생명과학Ⅱ 8번(사진)과 영어 25번 문항을 복수정답 처리하기로 했다. 이로써 평가원은 지난해 세계지리 8번에 이어 2년 연속, 1994년 수능 도입 후 5번째 출제오류라는 ‘굴욕’를 당하게 됐다.
첫 논란은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17번 문제였다.
당시 이 문항은 백석 시인의 시 ‘고향’과 그리스신화 ‘미노토르의 미궁’을 제시한 뒤 ‘고향’에 등장하는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에서 찾는 것이었다.
평가원은 보기 중 ③번인 ‘미궁의 문’을 정답으로 제시했지만 ⑤번 ‘실’이 답이라는 이의가 제기됐고, 결국 시험이 치러진 지 19일 만에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원래 정답을 맞혔던 수험생 460명은 당시 평가원장을 상대로 복수정답인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지만 기각됐다.
2008학년도에는 물리Ⅱ에서 다시 출제 오류가 일어나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이로 인해 정강정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2010학년도에는 지구과학Ⅰ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하지만 이땐 시험 성적을 채점하기 전인 이의신청 기간에 출제오류가 인정되면서 파장은 크지 않았다.
2014학년도에는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한 논란은 최근에야 오류가 인정될 정도로 가장 시간도 길게 끌었고 떠들썩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옳은 설명만을 ‘보기’에서 고르는 문제로, 평가원은 ‘A(유럽연합)는 B(북미자유무역협정)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인 ‘ㄷ’항을 맞는 설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EU(유럽연합)의 총생산액이 16조5700억 달러,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는 18조6800억 달러라고 이의를 제기했고 상당수 교사도 수험생의 이 주장에 동의했다.
그러나 평가원은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수험생 50여명이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정답을 2번으로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수능 등급을 결정한 것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하지만 법원은 출제 오류가 아니라고 판결해 2014학년도 대학입시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그러다 지난달 서울고법이 출제 오류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평가원은 입시가 모두 마무리된 지 10개월가량이 지나 내년도 수능을 목전에 둔 시점에 출제 오류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수능에서는 생명과학 Ⅱ 8번 문항과 영어 25번 문항의 출제 오류에 대한 지적이 쇄도했다.
생명과학 Ⅱ 8번 문항은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과 관련,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로 학계에서도 견해가 맞섰다.
영어 25번 문항은 정답을 2개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됐다. 해당 문항은 2006년과 2012년 미국 청소년이 소셜 미디어에 어떤 유형의 개인정보를 공개했는지를 나타내는 도표를 보고 틀린 보기를 찾는 문제다.
전년도에 이어 2015학년도 수능에서도 평가원이 다시 출제 오류를 인정하면서 김성훈 평가원장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처럼 2000년대 이후 수능이 2∼4년에 한 번꼴로 출제 오류가 나오다가 지난해와 올해는 2년 연속 출제 오류를 내면서 수능 출제 당국인 평가원과 교육부는 신뢰도에 치명타를 맞았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