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잡지 롤링스톤이 최근호에서 지난 2012년 이 대학 신입생 재키(당시 18세·가명)가 교내 최고(最古)의 남학생 사교클럽 파티에 초대됐다가 데이트 상대를 포함한 7명의 남학생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을 집중 보도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여기에 따르면 재키는 약 3시간 동안 끔찍한 경험을 한 후 겨우 정신을 차린 후 건물을 나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피투성이가 된 재키에게 찾아온 친구는 3명. 이들 중 1명은 당장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2명은 재키의 평판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했다. 재키가 갔던 사교클럽은 ‘파이 카파 프사이(Phi Kappa Psi)’로 1852년 제퍼슨 칼리지에서 설립됐으며 미국 전역 대학에 지부를 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성폭행 피해를 당한 친구를 두고 벌인 이 3명의 논쟁은 사교클럽 활동과 ‘평판’을 중요하게 여기는 버지니아 대학의 문화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의 생활에 깊숙이 자리한 이같은 문화가 일부 남학생 사교클럽의 소위 ‘성폭행 문화’에도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버지니아대의 이런 문화가 처벌받아 마땅한 성폭행이란 범죄가 일어났음에도 자신을 희생자로 인정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교내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에 대한 학교의 대처도 문제라고 BBC는 전했다.
롤링스톤에 따르면 버지니아대가 공개한 지난해 교내 성폭행 사건은 38건이다. 9건이 정식 고소 절차를 밟았고, 4건은 교내 위원회에 회부됐다. 대학 역사상 지금까지 14명이 성폭행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제명된 사람은 없다.
왜 학내 성폭행 문제 처리를 개인에게 맡겨두느냐는 질문에 테레사 설리번 총장은 여성들이 출세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답했고, 재키는 학장으로부터 “아무도 딸을 ‘성폭행 학교’에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롤링스톤은 전했다.
롤링스톤은 “버지니아 대학에서 성폭력 사건은 학생과 학교 당국 모두가 쉬쉬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파티 문화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무시하고, 당국은 학생을 보호하는 것보다 추문으로부터 학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뒤늦게 학교는 내년 1월 9일까지 사교클럽 활동을 전면 중단시켰고 재키 사건에 대해 경찰 조사를 요청했다. 버지니아대는 학내 성폭행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교육부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