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G 트윈스 외야수로 활약한 브래드 스나이더(32·미국·사진)가 넥센 히어로즈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넥센은 25일 기존 외국인 타자 비니 로티노의 방출과 스나이더 영입을 한꺼번에 해치웠다.
마치 넥센이 기다렸다는 듯 빨리 데려가긴 했지만 국내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기존 팀과 재계약에 이르지 못한 후 다른 팀에서 뛰게 된 건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스나이더 전에도 투수 브랜든 나이트(삼성→넥센), 헨리 소사(KIA→넥센) 등 사례는 많다.
넥센이 스나이더를 품으면서 눈길이 가는 건 그의 몸값이다. 넥센은 이날 스나이더와 총액 38만 달러(계약금 3만, 연봉 27만, 옵션 8만)에 도장을 찍었다고 전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30만 달러이던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제’는 올해 1월 폐지됐다. 따라서 국내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를 얼마를 주고 데려오던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날 LG가 영입한 투수 루카스 하렐(Lucas Harrel·29)의 몸값은 총액 90만 달러,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한 짐 아두치(Jim Adduci·29)는 65만 달러이다.
스나이더가 2015 시즌에 얼마나 활약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스나이더 같은 선수를 상한제가 있던 시절보다 겨우 옵션 8만 달러만 더 붙여 데려왔다는 건 넥센으로선 이미 상당한 수완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스나이더는 이미 국내 프로야구 적응을 마쳤다는 장점이 있다. 성실한 자세도 이미 LG에서 증명이 됐다.
국내 환경 적응 여부가 이전 ‘스펙’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리그를 거쳐 간 다른 외국인 선수들을 통해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올 시즌 큰 기대를 받고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었다가 도중에 짐을 싼 루크 스캇이다.
2008년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이적한 스캇은 2010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3년 연속 20홈런을 넘긴 거포였다. SK에 입단하기 바로 전 시즌인 2013년에 그가 받은 연봉은 275만 달러였다. 계약 발표 당시부터 엄청난 화제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활약 없이 잦은 부상, 불손한 태도 등 좋지 않은 이슈로 도마 위에만 오르다 지난 7월 징계 차원에서 퇴출됐다.
이번에 새롭게 KBO 무대를 밟게 된 외국인 선수들이 아무리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해도 국내 무대에 잘 녹아들지는 모두 확실치 않다.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에서 뛰게 돼 기쁘다”고 판에 박힌 소감을 전하는 건 다 똑같지만, 리그만 시작되면 좀처럼 적응을 못하거나 도가 넘는 행동으로 팀워크를 해치는 이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게 외국인 선수라는 존재이다.
스나이더는 최소한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선수라는 것이다.
여기에 스나이더는 기량도 ‘절반의 검증’이 됐다. LG에 시즌 도중 대체 선수로 영입돼 정규 시즌에서는 37경기 출전 타율 0.210(4홈런)에 그쳤지만,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 8경기에서 0.433(30타수 13안타), 2홈런, 6타점으로 화력을 뽐냈다. 제 컨디션을 유지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이 어느 정도인지 이미 제대로 보여줬다.
90만 달러의 하렐은 2012년 메이저리그에서 두 자리 승수(11승)를 올린 경력은 있지만 올 시즌엔 승리 없이 3패에 그쳤다. 65만 달러의 아두치는 올해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61경기에 출전해 타율 0.189, 1홈런, 8타점, 5도루를 기록했다.
앞으로 스나이더와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받고 국내 구단의 유니폼을 입을 외국인 선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스나이더가 부상 없이 시즌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타율 3할 이상 혹은 2할대 후반, 두 자리 수 홈런 정도만 때려준다면 넥센은 비용 대비 ‘고효율’ 정도가 아닌 ‘초고효율’에 성공하는 셈이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