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릴레이 OOOO.’
33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선수 한 명을 붙잡기 위해 이랬던 사례가 또 있었나 싶다. 박용택을 ‘영원한 LG맨’으로 남기기 위한 팬들의 열정이 뜨겁기만 하다.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원 소속 구단 우선협상 기간 마지막 날인 26일에 LG 트윈스 홈페이지 팬커뮤니키 게시판 ‘I Love Twins’에는 번호만 다를 뿐 같은 제목의 글이 연이어 달리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두 번째 FA 자격을 획득한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36)의 재계약을 원하는 팬들이 벌이는 일종의 ‘시위’이다. 팬들은 ‘박용택 재계약 릴레이’와 함께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 제목을 달고 박용택이 계속해서 LG 유니폼을 입게 될 것을 염원하는 한마디를 보태고 있다.
이 릴레이는 지난 24일 오후 아이디 ‘di***’인 한 LG팬이 “시간이 갈수록 미쳐버리겠습니다. 릴레이 갑시다”라는 내용의 ‘박용택 재계약 릴레이1’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박용택과 구단의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소식이 각 매체를 통해 전해지던 때다.
이어 20분도 안 돼 아이디 ‘tad****’가 “빨랑 사인해라 프런트”라며 두 번째 릴레이를 올렸고, 26일 오후 3시 현재 ‘박용택 재계약 릴레이’는 ‘1451’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튜브에는 지난 25일에 ‘영원한 LG의 자존심, 박용택 선수 재계약 기원’이라는 제목의 동영상까지 올라왔다. 영상 속에서 팬들은 각각 ‘박용택은 이미 우리에게 레전드’, ‘박용택 없는 LG, 또다시 10년 암흑기’ 등이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박용택의 재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김재현, 이상훈(이상 SK 와이번스서 은퇴), 유지현(현 LG 코치) 등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들이 허무하게 다른 팀 유니폼을 입거나 은퇴하는 걸 지켜본 LG 팬들의 ‘트라우마’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휘문고·고려대를 졸업하고 2002년 LG에 입단한 박용택은 데뷔 첫 해부터 플레이오프 MVP에 오르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이후 1팀이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해 갖은 비난과 조롱에 시달린 10년 간의 ‘암흑기’에도 묵묵히 팀을 이끈 주인공이다.
2009년 타격왕을 획득한 다음 해였던 첫 FA 때 4년 총액 3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은 옵션(특정 부분 성적에 따라 돈이 지급되는 것)이 덕지덕지 붙은 선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었다.
박용택은 백순길 단장과 25일 밤 늦은 시간까지 ‘2차 협상’에 임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으며, 26일 오후 세 번째 만남을 가진다. 만일 이날도 백 단장과 악수를 하지 못하면 박용택은 27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다른 구단들과 자유롭게 협상을 할 수 있다.
이 때도 도장을 찍지 못하면 다시 LG와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하지만 박용택의 기량과 외야수 자원에 목마른 구단들이 많다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박용택이 줄무늬 유니폼을 계속 입게될지 여부는 사실상 26일에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박용택은 2014 시즌까지 LG에서 13년을 뛰며 타율 0.301, 1715안타, 796타점, 896득점의 통산 성적을 올렸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